미국 조지아주 포트베닝 신병훈련소에서 도심 작전 훈련을 하고 있는 전투 로봇 ‘마스’. 사진 출처 <사이언스>
로버트 윌리엄스는 로봇에 의한 최초의 사망자로 기록됐다. 1979년 미국 미시간주 플랫록의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부품운반 로봇의 오작동으로 머리를 맞아 숨졌다. 최근 미국에서 로봇에 의한 죽음 2건이 추가됐다. 3월18일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자전거로 길을 건너던 40대 보행자가, 3월23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30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각각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차량에 탑재된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 원인이다. 자율주행차는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주행한다는 점에서 자율형 로봇이다. 불가피한 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지 고심하는 ‘트롤리 딜레마’가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과제였는데 뜻밖의 걸림돌을 만났다. 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중 첫째는 “로봇은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두어서도 안 된다”이지만, 소설 속 상상일 뿐이었다.
‘킬러로봇 금지’ 민간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지난해 11월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율살상무기(LAWS) 정부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킬러로봇 규제를 요구하는 국가는 소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킬러로봇의 존재를 인정조차 않고 있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에 배치한 감시로봇도 대표적인 킬러로봇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무인전폭기(드론)는 이미 여러 전투에서 사용됐다. 전략적 차원에서 대량살상무기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미래 전투수단을 포기할 나라가 있을지 의문이다.
완벽한 로봇윤리가 만들어질 수 없지만 편리하고 강력한 로봇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강력해짐에 따라 더 치명적이 될 자율적 도구는 미래 주요 사망원인에 ‘로봇에 의한 죽음’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기술을 사회가 통제하지 못하면 기술은 디스토피아를 향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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