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학자들은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부자인 중요한 요인으로 제도를 꼽는다. 여기서 제도는 보통 사유재산권을 잘 보호하는 게임의 규칙을 말한다. 경제사가 노스는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한 이유를 1688년 명예혁명으로 국왕의 권력을 억제하고 사유재산권을 보호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할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역사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전 영국 정부는 도로나 운하 건설을 위해 재산권을 자주 침해했고,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토지의 재산권 보호가 너무 강해서 생산적 경제활동이 억압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된다. 즉 번영을 위해 국가는 일반적으로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야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해방 이후 성공적으로 수행된 농지개혁이 평등과 고도성장의 기반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옛날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최근의 논란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개헌안에서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자 보수야당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색깔론에 기댄 공격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며, 동시에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토지는 공급이 제한된 생산요소로서 사회적인 요인들이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투기와 지대추구는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토지의 재산권은 공정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합의한 바이며, 이미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의 내용이 담겨 있다. 건전한 자본주의를 바란다면 오히려 부의 불평등과 지대추구를 우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이 국부의 86%에 달하는 한국에서 토지는 2012년 기준 개인 상위 1%가 면적으로 보면 약 55%, 상위 10%가 97.6%를 차지하고 있다. 가액으로 보면 2014년 기준으로 각각 약 27%와 약 74%를 차지하여, 땅값 상승의 이득이 땅부자들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상위 1% 법인의 소유집중이 재벌기업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전체 자산을 보아도 2013년 개인 상위 1%가 26%, 상위 10%는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된다. 가계자산의 전반적인 불평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되지만, 토지와 같은 부의 집중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소득불평등에도 자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몇몇 실증연구들은 한국의 근로소득에서 상위 1%와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후 약간 낮아졌거나 별로 변화가 없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금융소득이나 사업소득과 같이 비근로소득의 소득집중도는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돈이 쉽게 돈을 버는 현실은 기회의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람들이 일하고 혁신할 의욕을 꺾기 마련이다. 이제 토지공개념 논란을 넘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는 기대에 비해 증세나 복지의 확충을 통해 불평등에 맞서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한편 보수세력은 토지공개념이 아니라 심각한 불평등과 지대추구가 체제에 더욱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해내자’는 목소리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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