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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그레이트 게임 / 백기철

등록 2018-03-18 17:22수정 2018-03-18 19:08

제국주의 시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놓고 벌인 영국과 러시아의 대결을 일컫는 ‘그레이트 게임’은 19세기 초 러시아의 남진으로 시작됐다. 러시아는 나폴레옹 침략을 무찌른 직후 1813년 아제르바이잔을 병합했다. 영국에선 러시아가 인도까지 정복할 것이라며 러시아 위협론이 제기됐다.

영국은 1835년 아프간을 선공했다. 러시아가 아프간을 장악하면 인도 침공 전진기지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결은 크림반도로 이어졌다. 1853년 영국·프랑스 동맹에 맞선 러시아가 패퇴하면서 이 일대의 이권을 상실했다. 마지막 무대는 동아시아였다. 청과 조선으로 남하하려는 러시아에 맞서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었다. 영국을 대신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대결은 마무리됐다. 영국과 러시아는 국력이 소진된데다, 독일이 급팽창하자 1907년 영-러 협상으로 게임을 일단락 지었다.

그레이트 게임은 영-러의 상호견제로 조선 개항을 지연시키고, 일본이 득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러시아는 조선이 열강에 개방되는 것을 저지하고 현상을 유지하면서 연해주 개발에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하는, 이른바 ‘기다리는 정책’을 취했다. 영국 역시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는 한 조선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노선이었다. 그레이트 게임은 조선을 완충지대로 남겨 일본에 기회를 줬다.(<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그레이트 게임은 이후 볼셰비키 러시아라는 전혀 다른 대륙세력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영국은 혁명 수출을 막기 위해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를 침략했고, 2차대전 직전엔 소련 견제를 위해 독일에 유화책을 썼다. 냉전 시절 영국은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 소련에 맞섰다. 최근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에 대한 가스 독살 시도를 둘러싸고 영-러가 추방전을 벌이며 맞붙는 건 신냉전, 신그레이트 게임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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