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의 주역은 단연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오세훈 시장의 중도하차로 치러진 보선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됐지만, 더 큰 승리자는 안 원장이었다. 5% 안팎 지지율에 머물던 박 변호사에게 40%대 지지율을 보인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순간 선거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안 원장은 이 ‘아름다운 양보’로 단박에 주요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박 변호사와 안 원장의 단일화 회동은 당시 정국의 백미였다. 지리산 산행에서 돌아온 박 변호사를 만난 안 원장은 “아무 조건이 없다”며 흔쾌히 양보했다. 나중에 들려온 이야기지만, 당시 안 원장 쪽은 박 변호사에게 나라의 틀을 바꾸는 ‘더 큰 프로젝트’의 존재를 내비쳤다고 한다. 그 프로젝트가 대선 출마였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안 원장의 양보는 큰 꿈을 위한 일보 후퇴 성격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맞대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수가 너무 많아 속단하기 어렵지만, 맞대결이 이뤄지면 안 전 대표에게 빚을 진 박 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7년 세월의 변화가 너무 크다.
7년 전 야권 후보였던 박 시장은 이제 여권 정치인이 됐고, 안 전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를 노려야 하는 형국이다. 당시 야권은 진보 진영이었지만, 이젠 보수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준표 대표는 이제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 대표다. 7년 전 안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한나라당)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이번에 보수 단일후보의 길을 걷는다면 이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7년 세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안 전 대표 자신인 것처럼 보인다.
백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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