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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법 위의 삼성 / 김이택

등록 2018-02-07 18:23수정 2018-02-11 20: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05년 7월 이른바 삼성 엑스(X)파일이 폭로됐다. 8년 전인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 요원이 삼성그룹 2인자 이학수와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의 비밀대화를 도청한 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됐다. 대선 후보들과 검찰 간부들에게 얼마를 전달할 것인지 의논하는 내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검찰 내 ‘삼성 장학생’의 존재가 처음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정치인이나 검사들 대신 엑스파일 내용을 보도한 기자와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만 법정에 세웠다.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고 노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삼성 후계자 이재용 등에게 넘어가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이건희 회장을 고발했다. 수사검사들 의도와 달리 검찰총장까지 나선 끝에 이례적으로 종범 격인 고용사장 두 사람만 기소하는 분리기소가 이뤄졌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고 나서야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 회장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애초 두 고용사장에게 1·2심은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 회장이 피고인으로 등장하자 판결이 달라졌다. 1심은 에버랜드 배임은 무죄, 삼성에스디에스 배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판결을 내렸다. 에스디에스의 배임액수를 줄여 시효를 단축해주려 ‘기업회계기준’ 대신 ‘세무상 기준’을 적용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대법원에서도 대법원장이 재판부를 교체하는 이례적인 소동 끝에 전원합의체에서 에버랜드 사건은 6 대 5로 무죄가 선고됐다. 에스디에스 혐의는 유죄 취지의 파기 판결이 내려졌으나 이 회장은 결국 감옥살이를 면할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2심 재판부 역시 법리와 상식을 뛰어넘는 ‘기교’를 동원했다. 재산은 보냈지만 도피 의사는 없었다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에 무죄를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역시 ‘법 위의 삼성’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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