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올해 <한겨레> 적폐고발 보도 빛났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새 대통령 선거, 정권 교체, 적폐청산 등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2017년 한 해 동안 <한겨레>는 진보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노고가 많았다. <한겨레>의 권력감시, 비리고발 보도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개혁 노력이 어떠했을까 싶을 정도로 한겨레의 여러 보도는 시의적절하게 빛났다. 5월 중순 ‘국정농단 수사 검사들의 돈 봉투 만찬’ 특종을 시작으로 국정원 여론 조작,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공공기관 부정 채용 등과 관련한 잇따른 특종 보도들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보수-진보 프레임 전쟁, 선방했다
저항 없이 순탄하게 성공한 개혁이 있었을까. 탈원전, 대북·대미 관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문재인 케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 보수진영 및 언론은 공격과 비방, 시비와 조롱으로 일관했다. 한겨레는 많은 사설과 칼럼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추진에 힘을 보태면서 보수진영의 시비 걸기와 악의적 편파 왜곡을 비판했다.
이달 13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도 보수진영은 ‘국격훼손’ ‘외교참사’ 등 외교성과 폄훼를 시도했다. 한겨레는 16일 23면 사설 ‘문 대통령 ‘방중’ 둘러싼 논란과 비난, 지나치다’에서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도한 공세를 퍼붓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18일 5면, ‘문 대통령 방중, 겉치레보다 ‘관계복원’ 실리 택했다’ 기사와 27면 사설, ‘72년 전 백범 김구가 섰던 자리에 선 문 대통령’에서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일부 문제점과 함께 객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18일 5면, 베이징 김외현 특파원의 ‘‘혐오의 공생’에 갇힌 기자폭행 사건’ 기사는 국내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대통령과 한국 언론을 부당하게 비난, 폄하, 혐오하는 행위는 중국 쪽에 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한 내부 분열 행위임을 적절히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2년 만에 고쳐 삼성에스디아이(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각 명령을 내린 데 대한 보수언론의 비판에 맞서, 한겨레는 22일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그룹 청탁과 박근혜 정부 외압 등으로 잘못 작성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뒤늦게라도 고친 것은 정당하다고 설파했다. 미국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과 관련해 보수신문들이 펼치는 “한국만 역주행” 주장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22일 4면, ‘레이건·부시도 ‘초대형 감세’ 했지만, 투자·고용 효과 없었다’와 5일 17면, ‘미 법인세 인하해도 한국은 올려야 하는 이유’ 기사 등에서 법인실효세율이 미국 34.9%, 한국 18%이고, 법인세 인하는 소득 불평등 심화와 국가 재정적자 누적만 초래한다면서 한국은 오히려 법인세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합리, 전문성으로 정책 프레임 경쟁 승리해야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보수진영의 편파, 왜곡의 반대 주장에 대해 한겨레는 나름대로 방어적인 프레임으로 맞서는 데 선방했다. 그러나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문재인 케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견과 갈등이 첨예한 의제를 놓고 보수진영의 편파성을 비판하는 가운데, 한겨레 자체의 ‘편파성’ 또한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웠다. 한겨레 보도는 관련 이슈의 추진 방향이 진보 이념에 입각하여 정당하고 옳다는 점을 동의하게 만들지만, 추진 과정에서 부닥치는 현실적인 문제, 이해갈등, 사실관계에 있어서 구체적이고 정치한 분석과 입증을 통해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는 다소 한계를 보였다.
21일 8면, ‘원전 35기 맞먹는 태양광·풍력발전소 짓는다’ 기사는 탈원전 정책과 관련하여,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한 내용을 보도했는데, 정부 계획대로 재생에너지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이 부족했다. 18일 사설, ‘‘불평등 방치하면 파국 온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는 불평등의 심각성을 새삼 인식시켜주지만,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현실 문제로 연결되지 못한다.
■ 적폐청산 대 진정한 개혁
일부에서 적폐청산 ‘피로증’의 전파 시도가 일고 있는 가운데, ‘적폐청산, 진실규명에는 과도함이란 없다’, ‘적폐청산 이상의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한겨레의 주장은 적절해 보인다. 여현호 논설위원의 1일 칼럼, ‘‘검찰개혁 실종’ 유감’과 22일 칼럼 ‘작고도 필요한 검찰개혁 과제, 하나 더’는 “적폐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개혁은 뉴스와 정치권의 구호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의한 적폐청산 성과가 바로 검찰개혁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이 권력의 요구 등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진정한 검찰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문화방송, 한국방송, 와이티엔, 연합뉴스 등 공영방송과 공영적 언론사의 개혁도 전 정권에서 ‘낙하산’ 임명된 이사장과 사장을 해임하고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새 인물로 교체하는 ‘적폐청산’으로 만족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겨레는 7일 22면, 김종구 편집인 칼럼 ‘‘이용마법’ 제정과 암과의 싸움’과 13일 3면 ‘개혁입법 처리 지지부진 왜?’ 기사에서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이라는 고질적 암을 영원히 퇴치하기 위한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13명을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하고 이사회 3분의 2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 등을 통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진정한 방송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제대로 짚었다. 현재까지 “문화방송, 와이티엔 등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관여한 흔적은 전혀 없다”고는 하지만, 추후라도 청와대가 정파적 진영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공영 언론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적폐를 해소하는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권력감시 보도를 하는 것이 한겨레의 개혁적 책무일 것이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