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앨런 튜링이 고안한 ‘보편 튜링기계’에서 비롯한다. 튜링은 1948년 논문 ‘지능을 가진 기계’에서 주어진 알고리즘대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계산기계를 구상했는데 이것이 튜링기계다. 계산기계가 하나의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장치에 처리할 데이터와 함께 알고리즘 자체를 기록해두고 읽게 하면 모든 튜링 기계를 흉내낼 수 있는 ‘보편 튜링기계’를 만들 수 있다. 존 폰 노이만은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같은 메모리에 저장하는 시도를 통해 보편 튜링기계를 현실화시킨다. 오늘날 모든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의 기계다.
인공지능과 사람 지능의 차이는 범용성이다. 인공지능은 퀴즈, 외국어 번역, 체스, 바둑 등 일부 영역에서 사람을 능가하지만, 사람처럼 동시에 다양한 영역의 이질적 문제를 인지하고 처리할 수 없다. 사람은 범용 지능, 다중 지능을 지녔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걱정할 게 없다는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커제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 때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이비엠(IBM) 왓슨도 1997년 퀴즈대회 제퍼디쇼 우승 뒤 병원, 대학, 법률회사, 은행, 요리학교 등으로 진출해 서비스를 범용화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이달 초 데이비드 실버 수석연구원 등 13명이 공동 작성한 논문을 온라인 논문공유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해 알파고를 다른 분야에 적용한 사례를 보고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에서 바둑을 뜻하는 고를 떼고 ‘알파 제로’로 개선한 뒤 장기와 체스 분야에 투입했다. 알파 제로는 각각 2시간, 4시간 만에 장기와 체스 분야에서 세계 1위 인공지능을 꺾으며 단숨에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등극했다. 기하급수적 학습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범용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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