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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송형호 선생님께

등록 2005-11-22 18:00수정 2005-11-23 09:01

이인우 사회부 교육팀장
이인우 사회부 교육팀장
아침햇발
송형호 선생님,

교원평가안을 둘러싼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이 제2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시범운영학교 선정을 강행했고 전교조는 12월1일부터 연가투쟁 돌입을 선언했지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타협에 의한 해결을 지지합니다. 갈등의 핵심이 제도 실시의 조건과 방식에 있느니만큼 협상의 여지가 충분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교육부의 안도 그 자체가 최종안이 아니라고 믿고 싶고, 전교조의 강경한 태도 역시 근무평정제와 같은 제도의 개선을 위한 투쟁의 일환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특히 인터넷한겨레 토론마당에선생님이 올린 글을 대통령과 교육부총리가 꼭 읽어보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글에는 열정과 실력을 갖춘 한 교사가 왜 현 교육평가안을 반대하는지 잘 담겨 있었습니다.

송 선생님, 같은 시대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온 친구로서, 저도 현 교원평가안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불신이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제가 만나보고 들어본 사람들의 교사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었다는 점을 감히 전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불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삼스러운 물음은 아닙니다. 송 선생님이 토론마당 글에서 지적하신 대로 애초부터 “마음속에 학생이 없는” 교사들이 정말 적지 않습니다.

자녀가 이런 선생님을 만나면 학부모들은 속이 터집니다. “학교 밖에선 사오정, 오륙도로 난리인데, 학교 안은 왜 철밥통인 거야?”라는 막말이 튀어나옵니다. “그래, 교육도 서비스업종이지. 바꿔!”라는 목청이 높아집니다. 교육철학의 빈곤에서 나온 촌지, 체벌, 언어폭력 등이 선생님의 도덕성을 교단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약 같은 촌지문화는 전통적인 교사와 학부모 관계를 존경의 대상에서 거래의 대상으로 타락시켰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나타나면 영어 선생님이 슬그머니 사라진다는 아이들의 비아냥은 나라가 앞장서서 교사를 망신주는 대표적인 풍경입니다. 그래도 젊은 교사들은 재교육에 적응해 나가지만, 여느 직장에서처럼 상당수는 변화의 속도가 버겁기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엄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태와 무기력에 빠진 선생님들을 마냥 변호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교사운동도 점점 대중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자기들 권리만 있지, 학생들의 학습권은 소홀히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도덕적 우월성만으로는 여전히 2% 부족일 뿐입니다. 교육민주화 투쟁에서처럼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자기 것을 내놓는 헌신성이 있어야 합니다.


스승을 시장통 소비자가 서비스 공급자 다루듯 하는 이 시대가 천박하기 짝이 없지만, 또한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처지이기도 하다는 점을 아프지만, 직시하였으면 합니다.

송 선생님, 제가 괜한 이야기를 입바른 척 늘어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교사집단은 자기 직업의 도덕적 건강성을 지키려 애쓰는 대표적인 분들입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어느새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저도 싫습니다. 이 불신의 악순환으로부터 놓여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이인우/사회부 교육취재팀장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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