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을 이고 선 국회의사당에 모과향이 번지고 있다. 모두가 곤궁하던 시절, 무상으로 주던 급식빵 앞에서 줄이 무너지곤 했다. 막 익히기 시작한 윤리의식과 당장 침샘을 자극하는 허기진 유혹 앞에서 부끄러운 선택을 하기 일쑤였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 표는 빵보다 절박하다. 상식과 윤리를 거스르는 몰염치한 선택으로 빵을 낚아채려는 이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약육강식과 후안무치는 더이상 우리 사회의 규범일 수 없다. 깊어가는 가을, 정치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 테스토스테론 자극하지 않는 식물성 향으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