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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별기고] 무모한 위협의 위험 / 제임스 레이니

등록 2017-08-22 18:09수정 2017-08-22 21:28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

미국을 위협한다면 북한은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보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은 미국과 해외, 특히 한국에서 불안과 실망을 일으키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된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안보를 위한 미국의 핵우산에 성공적으로 의존해왔다. 이제 북한이 한반도 너머 훨씬 멀리까지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가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수십년 동안 북한은 대도시 서울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핵무기가 없더라도 그들은 한국인과 미국인, 민간인과 군을 막론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재난을 초래할 수 있었다. 호전적인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북한도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능력과 운반 수단이 발전했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을까? 북한은 최종 파괴가 매우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질 것이며,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변한 것은 미국 대통령의 위협적 발언이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즉흥 발언으로 돌아가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까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않은 직접적 위협, 즉 우리가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북한이 태도를 고수한다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

트럼프의 불같은 발언은 국제법과 정당한 선제공격의 정의를 두고 많은 논쟁을 야기했다. 새로운 상황이 선제공격을 법적, 도덕적으로 용인하게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새로운 핵 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북한은 어느 정도까지 선제공격의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 아마 미국이 먼저 공격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파괴하려 한다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북한에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준비가 됐다고 확신하게 할 만한가?

적어도 이제까지 트럼프의 불같은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그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다. 북한의 공식 반응은 트럼프의 발언을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비웃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트럼프가 말의 치킨게임에서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자만심 강하고 모욕에 민감한 양쪽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위협과 위협이 맞부딪치는 위험 구역에 있는 것 같다. 위협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넘어 고조될 수 있다. 세계 최강대국은 강력한 위협을 할 때도 자제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위험은 북한이 결국 트럼프가 정말로 그의 발언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억제하기 위한 위협 때문에 그들이 무분별하게 행동하게 돼, 수십년 동안 피하려 해왔던 재난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비극적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북한의 끔찍한 위협과 물러서지 않으려는 태도가 핵 선제공격을 정당화해 준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얼마나 비극적인가. 둘 중 어느 경우든 그 결과는 말로 못다 할 대재난이 될 것이며, 특히 한국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제거하든, 대도시 서울이 수천발의 장사정포에 의해 당하게 될 파괴는 엄청날 것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미국의 강력하고 오랜 동맹인 한국은 그들의 운명에 대해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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