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호
논설위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제안한 초고소득자 증세 방안은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현 40%)로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과표’ 5억원 근로소득자(실제 급여 6억~7억원)는 세금이 한 푼도 안 늘어난다. 과표 6억원이라면 늘어나는 세금이 연간 200만원, 월 16만원, 과표 7억원이라면 연간 400만원, 월 33만원. 지금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율의 소득세를 낸다. 그러나 ‘이 정도’ 버는 이들이, ‘이 정도’ 세금이 그리 부담될까. 그만큼 벌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기준 총급여 6000만~8000만원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5.31%였다. 거칠게 계량하면, 연봉 7000만원이라면 세금으로 371만원을 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내고, 아이 과외 시키고, 주말 외식도 맘 편히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급여 대비 세금액은 민망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가되는 복지정책 일부만 보자. 0~5살에게 매달 ‘아동수당’ 10만원, 2019년부터 고교 무상교육(1명당 연간 60만~150만원), 65살 이상 노인 기초급여(소득 하위 70%) 10만원씩 인상. 저소득층뿐 아니라, 70% 이상 국민들이 얻을 혜택을 0.14%(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에게 찔끔 걷어 해결할 순 없다.
“서유럽 국가들의 국민부담률은 약 40~45%(프랑스 50%, 스웨덴 55%)에서 안정된 데 비해, 1970~1980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들을 보면, 세수가 국민소득의 10~15%에 불과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한 대목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5.25%다. ‘서유럽 국가’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삼정의 횡포,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지녀 세금을 약탈로 인식한다. 또 거의 최근까지도 중산층이 복지 혜택을 피부로 느낀 적이 별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내 삶이 나아졌다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저소득층에게도 단돈 1만원이라도 세금 낼 기회를 주는 게 맞다. 2015년 세금환급 파동에서 보듯, 세금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걷을 때’ 찬성하고, ‘내가 대상이 되더라도’ 이성적으로 찬성하지만, ‘실제 청구서를 받으면’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게 인지상정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178조원을 충당하는 재원으로 초과세수 61조원, 세출조정 60조원을 들었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복지 없는 증세’를 편 혜택을 문재인 정부가 일부 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그림은 잘 안 보인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인상, 고교 무상교육. 5년만 하고 말 건 아니지 않은가. 문 대통령은 “중산층 증세 없다. 5년간 기조다”라고 못을 박았다. 다음 정부는 어떡하라고.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10.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꼴찌다. 프랑스 31.5%, 핀란드 30.8%, 독일 25.8%, 미국 19.3%. 그러니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복지수준이라는 것도 엄청난 게 아니다. 다음 정부는 복지수준을 더 높여야 하는데.
세금 더 내고 ‘큰 핀란드’로 갈 거냐, 세금 찔끔 더 내고 ‘작은 미국’으로 갈 거냐. 당장은 힘들어도 미래가 편안하고, 공동체 의식도 강화되는 사회가 더 낫지 않은가. 탐욕과 공포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공을 일궜다. 이젠 둘 다, 좀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ho@hani.co.kr
논설위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제안한 초고소득자 증세 방안은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현 40%)로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과표’ 5억원 근로소득자(실제 급여 6억~7억원)는 세금이 한 푼도 안 늘어난다. 과표 6억원이라면 늘어나는 세금이 연간 200만원, 월 16만원, 과표 7억원이라면 연간 400만원, 월 33만원. 지금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율의 소득세를 낸다. 그러나 ‘이 정도’ 버는 이들이, ‘이 정도’ 세금이 그리 부담될까. 그만큼 벌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기준 총급여 6000만~8000만원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5.31%였다. 거칠게 계량하면, 연봉 7000만원이라면 세금으로 371만원을 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내고, 아이 과외 시키고, 주말 외식도 맘 편히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급여 대비 세금액은 민망한 수준이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 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손을 잡아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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