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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인공지능 코뮤니즘은 어떠신지요 / 서동진

등록 2017-07-14 19:20수정 2017-07-14 20:29

서동진
계원예술대 융합예술학과 교수

구소련의 흐루쇼프 시대에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름을 떨친 저 유명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 못잖은 컴퓨터가 소련에서 개발되었던 모양이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사회주의 나라에 왜? 물론 컴퓨터 없는 사회주의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경제를 계획하고 조직하는 데 따르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마침 스탈린주의 적폐에서 벗어나 인간적 사회주의를 꿈꾼 흐루쇼프는 그 대단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얼마나 대단히 똑똑한지 알아볼 작정으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침침한 미래를 감출 요량으로 공상과학은 물론 미래학을 금지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그였지만, 그 역시 그리 앞서 나간 것은 아녔던 모양이다.

그는 오늘날 에스에프(SF) 영화를 보다 보면 익숙하게 보는 모습처럼 컴퓨터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봐, 공산주의는 언제쯤 이뤄지지?” 그랬더니 천재적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심혈을 다해 만든 그 컴퓨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7㎞쯤 있다가요.” 언제 공산주의에 이를 수 있느냐 물었더니 생뚱맞게 거리를 들먹이는 컴퓨터의 답을 듣고 흐루쇼프는 당황했다. 혹시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그가 들은 답은 같은 것이었다. 큰 예산을 들여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가 어처구니없이 똑같은 답을 내놓자 흐루쇼프는 그 멍청한 컴퓨터를 당장 치워버리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컴퓨터는 생각보다 영특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알파고를 능가하는 딥러닝을 통해 답을 내놓았던 것이다. 흐루쇼프는 지난 연설에서 매 5개년계획이 달성될 때마다 공산주의로 가는 데 한 걸음씩 다가설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 컴퓨터는 그 한 걸음을 계산해 17㎞를 답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까마득한 아니 거의 불가능한 미래에나 공산주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입만 벙긋하면 오늘의 필요를 해결하기보다는 찬란한 미래를 들먹이는 데 대한 쓰라린 조소일 이 농담을 떠올리다 보면,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침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으스스한 협박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자리를 줄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에는 유토피아지만 임금이 유일한 소득의 원천인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겐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이는 순식간에 혁신에 뒤처져 미래의 먹거리를 마련해두지 못한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둔한 민족주의적 공포로 비화하기도 한다. 새로운 과학기술혁명이 전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초연결성의 사회든 공유와 수평성의 사회든 4차 산업혁명의 복음이 맞는 말이라면 이는 우리에게 더없이 유익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초연결성의 사회라면 생산이 충분히 사회화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활동을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능성을 약속한다면, 이를 통해 괜찮은 경제 질서를 만들 수도 있다. 알파고에게 바둑이나 두는 시시한 일을 맡길 게 아니라 흐루쇼프 시대엔 꿈만 꾸다 이루지 못했던 일을 맡기는 것이 어떨까.

이를테면 인공지능 코뮤니즘은 어떨까. 1970년대 칠레 아옌데 정권은 비록 단명에 그쳤지만 인공지능에 기초한 훌륭한 평등하고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조직하려 실험한 바 있다. 고물 아이비엠(IBM) 컴퓨터 한 대로 시작했던 그 위대한 모험을,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까지 갖춘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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