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법원에서 판사들이 구속 수감자들의 보석 여부를 판결할 때, 허가율은 식사시간 직후 65%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0%로 수렴했다.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허가율은 65% 수준으로 올라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졌다.
2011년 4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엔 법원의 보석 허가 판결이 판사의 식사시간과 밀접한 상관성을 보인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스라엘 법원이 10개월간 처리한 1천건 넘는 보석 신청을 분석한 결과, 시간당 보석 허가율은 오전 업무개시 직후 65%에서 점심 직전 0%로 떨어졌다(그림). 점심 직후 다시 65% 가까이 올라갔으나 업무 종료 시각에는 0%로 수렴했다. 판사들이 피로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지면 두뇌가 에너지를 아끼려 현상유지 편향을 나타내고, 이는 보석 불허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많은 판단이 업무외적 영향을 받는다. 적절한 휴식과 간식도 방법이고, 아툴 가완디가 <체크! 체크리스트>에서 제시한 것처럼 점검목록을 만드는 것도 대책이다. 최근 각광받는 해결책은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지도, 피로를 느끼지도 않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사람 대신 결정하게 하려는 시도다.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콤파스(COMPAS)가 만든 자료를 근거로 피고에게 중형을 선고한 지방법원 판결을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높은 효율적 결정을 내리는 수단으로 여겨져, 자동 의사결정 시스템의 활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퍼블리카>는 콤파스가 플로리다에서 체포된 범죄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재범 가능성 예측에서 흑인을 백인보다 2배나 억울하게 재범 대상으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편향성을 띤다. 알고리즘이 가져오는 효율화의 그늘이다. 베를린에 있는 비영리단체 알고리즘워치는 알고리즘을 개발자와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이용자와 사회가 적극 감시하고 참여할 것을 주장한다. 알고리즘, 시민적 감시와 통제의 새로운 영역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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