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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73학번 강경화, 82학번 ○○○, 82년생 김지영

등록 2017-06-08 17:59수정 2017-06-08 20:50

권태호
논설위원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왔지만, 정착을 못하고 교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저의 모습을 보고 (당시) 여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7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강경화(62) 후보자의 말이다. 강경화는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1978~84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공부하며 커뮤니케이션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88년 연세대와 한국외국어대에서 그의 말대로 ‘보따리장수’(시간강사) 생활을 했다. 1남2녀를 뒀는데, 84년, 88년, 89년생이다. 강경화의 30대는 불투명한 미래와 연속되는 출산·육아의 중첩이었을 것이다. 어린이집도 없던 그때, 어머니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았겠지만, 발을 동동 구르던 때도 많았을 것이다. 대학원 여자 후배들은 그런 ‘강 선배’를 보고 지레 접었을 것이다. 강경화에겐 아픈 빚으로 남았을 것이다. 나이 마흔이 다 된 1994년 세종대 조교수가 됐으나, 전공인 커뮤니케이션 학과가 아닌 영문과 소속이었다.

강경화는 <한국방송>(KBS) 유명 아나운서였던 강찬선의 딸이다. 1964년 미국에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초·중학교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그 세대에선 초금수저다. 아버지로부터 가정교육과 삶의 모본, 인품, 정갈한 목소리까지 물려받았다. 그래서 남동생 학비 마련하려 공장 갔던 옛 누나들 아픔에 견주면, 강경화의 젊은 날은 덜 서러워 보인다. 하지만 아픔이란 개별적인 것이니….

강 후보자 지명 이후 온라인 공간에선 대졸 여성 사회진출 1세대 격인 ‘82학번’들의 힘겨웠던 지난날 체험·목격담이 올라왔다. 73학번 강경화는 더 막막한 길을 ‘홀로’ 걸었을 것이다. 이력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유엔에선 코피 아난-반기문-안토니우 구테흐스 등 사무총장들이 연이어 함께 일했고, 젊은 시절에는 김재순 국회의장의 국제담당 비서관 채용 뒤, 후임인 박준규-이만섭 의장과도 연이어 함께 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이 된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맡고 있던 2014년 6월1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방문하기 위해 시트웨 공항에 도착했다. 라카인/EPA 연합뉴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맡고 있던 2014년 6월1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방문하기 위해 시트웨 공항에 도착했다. 라카인/EPA 연합뉴스
다만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상대적으로 쉽게 넘는 부류가 고위관료와 의원들이다. 도덕성이 더 뛰어나다기보단, 승진과 재산공개 또는 선거 등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관료를 떠나면 문제가 생긴다. 현재 5년째 외교부 수장인 윤병세 장관은 청문회에서 딸이 이화여대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주로 받는 ‘가계곤란 장학금’을 다섯번이나 받아 문제가 됐다. 윤 장관은 김앤장 고문으로, 당시 평균 연봉은 1억3천만원이었다. “정부 떠난 첫해에는 소득이 없어 받았는데, (김앤장 들어간 뒤에도) 계속 받은 건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대북·대미 관계 전문성이 떨어지고, 외교부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73학번 ‘강경화 외교장관’은 10년쯤 뒤에나 나올 82학번 ‘두번째 여성 장관’의 등대가 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여자 후배들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임하는 제 결의가 더 강하고, 공직생활에 헌신할 결의가 돼 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8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교통방송>에 나와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자, 진행자가 ‘(경험 많은) 윤병세 장관과 비교하면 누가 더 낫냐’고 쿡 찔렀다. 박 위원장은 “하하” 웃기부터 했다. “…윤 장관도 잘한 부분도 있지만, 기대에 어긋난 부분도 있고, 외교가 장관 독자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대통령 지침을 받아….”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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