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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4] 단식 경기요? 사람 잡지요… / 김경무

등록 2017-06-07 19:42수정 2017-06-07 20:53

김경무
스포츠팀 기자

“형님! 단식 한 게임 하시죠. 저번에 지셨는데 복수전 하셔야죠?”

실실 웃으며 슬슬 약을 올린다. 새까만 후배 녀석이 선배를 너무 쉬운 게임 상대로 생각한다. “아~ 나도 네 나이 땐 훨훨 날았어.” 이런 말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다. 테니스 단식 경기. 해보면 정말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들다. 강서브도 아닌 약서브 넣고 스트로크와 리턴샷, 발리 몇번 하려고 전후좌우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거리기를 수십번. 그래서 동호인들은 단식은 거의 하지 않고 좀더 체력적으로 수월한 복식을 즐긴다.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선수들이 5세트까지 최고 5시간 넘게까지 스트로크 대결을 벌이는 것을 보면, 이들의 체력이 얼마나 강인한 것인지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우승하려면 128강전(1회전)부터 결승까지 7번 상대를 이겨야 한다.

상대가 얼마나 심하게 감아 치는지 공이 네트 위로 높이 날아가고 있다. 백핸드 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면 받기 어렵다. 단식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해 동호인들은 잘 하지 않는다.
상대가 얼마나 심하게 감아 치는지 공이 네트 위로 높이 날아가고 있다. 백핸드 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면 받기 어렵다. 단식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해 동호인들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린 고작 1세트로 자웅을 가린다. 3세트까지는 최소한 해야 하지만, 무리하다 영원히 테니스를 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녀석, 참 질긴 놈이다. 24시간 뉴스 하는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후배인데, 일단 발이 빠르다. 전후좌우 커버 능력이 뛰어나 웬만한 공은 다 받아넘긴다. 그를 아는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 나도 젊었을 때는 그러지 않았나? 같이 회사 근처 효창코트에서 공을 치던 후배가 나의 플레이를 보고 ‘발의 테니스를 친다’고 했는데….

지인 한 분이 심판 격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코트에 둘이 선다. 공을 심할 정도로 감아 치고 코너워크가 좋은 상대를 어떻게 공략하지? 좀처럼 답이 안 나온다. 결론은 강스트로크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상대의 서브로 경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나의 약점인 백핸드 쪽을 집중 공략한다.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의 영리한 플레이에 어쩔 수 없다. 깊숙이 높게 들어오는 공을 넘기기가 힘들다. 가끔 상대 공이 짧게 왔을 때 강스트로크로 패싱샷을 성공시키지만 역부족이다.

어느새 게임스코어 0-3. 큰일났다. 0-6으로 지면 망신이다. 다행히 강력한 포핸드스트로크 몇 방이 들어가 상대의 실수를 야기해 2-3으로 따라붙는다. 그런데 무리한 강스트로크는 공중으로 떠 나가버리고, 상대 공격에 소극적인 리턴샷으로 대응하다가 번번이 네트에 걸려 잇따라 점수를 내준다. 결국 2-6 패배.

더 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후회해봐도 소용이 없다. “선배, 그래도 오늘 잘 치셨어요. 굿~.” 엄지척 하며 염장을 지르는 후배 녀석이 얄궂다. 다음엔 꼭 설욕하리라.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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