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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3] 롤랑가로스, 그 우아함에 다시 취하고 싶다 / 김경무

등록 2017-05-31 18:18수정 2017-05-31 21:06

김경무
스포츠팀 기자

클래식과 시, 테니스, 그리고 푸르름~. 요즘 난 이 네 가지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1, 2악장 같은 곡은 나의 삶을 정화시켜준다. 2011년 차이콥스키 기념 국제 콩쿠르인가에 나가 2위에 입상했던 손열음이 연주하는 이 곡을 유튜브를 통해 들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의 오묘함, 그리고 음악가들의 천재성에 거듭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테니스는 더욱 큰 즐거움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경기가 주는 그 역동성, 자신도 믿기지 않는 멋진 샷을 성공시켰을 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 그리고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사교성 때문이다. 한달 회비 3만원만 내면 즐길 수 있다는 장점까지….

노박 조코비치의 남자단식 경기 모습을 롤랑가로스에서 직접 보았다. 뒤에서 보니 공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측면에서 보는 게 좋다. 6월 햇살이 뜨거워 하얀 모자를 써야 한다.
노박 조코비치의 남자단식 경기 모습을 롤랑가로스에서 직접 보았다. 뒤에서 보니 공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측면에서 보는 게 좋다. 6월 햇살이 뜨거워 하얀 모자를 써야 한다.
지금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 오픈이 열리고 있다. 우린 프랑스 오픈이라고 하지만, 그곳에선 롤랑가로스라고 한다. 현지 프랑스인한테 물어봤더니 혀를 확 꼬며 ‘홀랑가로스’라고 해 웃던 기억도 난다. 올해는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통산 10회 우승, 그리고 1인자에서 밀려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재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듯하다.

대회 운영요원들의 패션도 우아함을 뽐내 또다른 볼거리다.
대회 운영요원들의 패션도 우아함을 뽐내 또다른 볼거리다.
2년 전 이맘때다. 테니스 동호인으로 운 좋게 롤랑가로스에서 아주 황홀한 경험을 했다. 숙소에서 승용차를 타고 개선문을 지난다. 센강을 따라 조금 달리니 옆으로 에펠탑이 보이고, 조금 더 가니 롤랑가로스가 나온다. “아니, 이렇게 멋진 테니스 코트가 여기에 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문을 지나 메인코트인 ‘필리프 샤트리에’ 앞에 가니, 프랑스테니스협회라는 팻말 위로 꽃들이 만개한 채 아름다운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곳곳에 배치돼 있는 대회 운영요원들, 그들은 대부분 젊은 남녀들인데 패션이 아주 우아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화려하게 단장된 고급 레스토랑까지. 붉은 벽돌을 깨서 만든 클레이코트에다 클레이코트 강자들의 놀라운 경기력 등 롤랑가로스의 품격에 놀란다.

코트에서 공을 줍는 등 경기 진행요원으로 활동하는 어린 소녀들이 비번 때 코트 밖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코트에서 공을 줍는 등 경기 진행요원으로 활동하는 어린 소녀들이 비번 때 코트 밖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팬들 중에는 멋진 선글라스에 스카프까지 멋을 한껏 낸 남성과 여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프랑스테니스협회의 배려로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더니, 역대 대회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있고 프랑스 오픈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있다. 문득 30년이 다 돼 낡아빠진 서울 올림픽공원 센터코트를 생각하니 너무 부럽다.

언제 또 이곳에 가볼 수 있을까? 롤랑가로스의 우아함에 다시 흠뻑 취하고 싶다. 동호회에서 롤랑가로스 계라도 당장 만들어야겠다.

kkm100@hani.co.kr

메인 코트 다음으로 큰 수잔 랑랑 코트. 프랑스 출신 여자테니스 스타의 이름이 붙여진 코트다.
메인 코트 다음으로 큰 수잔 랑랑 코트. 프랑스 출신 여자테니스 스타의 이름이 붙여진 코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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