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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센인 배상’에 답이 있다 / 최봉태

등록 2017-05-21 19:37수정 2017-05-21 20:12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 변호사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한 문희상 특사는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조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가 간 합의도 이행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은 있다. 바로 법적 해결의 길이다. 피해자 문제에 관한 정의로운 법적 해결을 외면한 채 2015년과 같은 정치적 타협을 고집하면 피해자는 물론 국민도 결코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일제 피해자들이 1970년대부터 일본 법정에서 법적 투쟁을 통해 얻은 성과가 2007년 4월27일 내려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다.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실체법적으로 소멸된 것이 아니므로 법적 구제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기업들은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시작했으나, 유독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구제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도 2012년 5월24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를 강제하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한-일 정부는 양국 사법부의 판단을 갈등 해결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두 나라의 변호사회는 2010년 12월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해법을 공동으로 선언한 바가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일본 정부가 입법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한센인 피해자의 경우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핑계로 삼지 않고 입법을 통해 배상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한센인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본 한센인과 마찬가지로 관련 법을 만들어 배상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독 한일청구권협정을 핑계로 법적 구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한센인과 같은 피해자로 보지 않고 자발적 성매매자로 보는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 인정, 사죄와 배상, 재발 방지 약속은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 정신으로 돌아가 사실 인정을 정확히 하고 양국 사법부가 인정한 배상청구권에 따라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교육을 통한 재발방지를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한 채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만 주장하면, 한국은 역으로 일본 정부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를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 2011년 8월30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원폭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분쟁 해결에 나서지 않는 정부의 행태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해결을 위해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근거한 결정이다.

일본 정부가 완전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문서를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이는 일본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진실을 알면 일본 시민들이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 할머니의 군사우편저금을 법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채 아직도 보관만 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도 요구해야 한다. 아베 정권이 이를 거부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2015년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한 것이 전혀 아님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관련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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