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스포츠팀 기자
야간 조명빛이 내리는 가운데 치는 테니스는 정말 재밌다.
“아이고, 허리야~”
의자에서 앉아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 일어나는 순간, 저절로 이런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놈의 고질적 허리통증. 벌써 십년도 넘었다. 좀 서 있다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다시 허리가 펴지고 통증도 사라진다. 그런데 저녁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테니스 치는 날. “폼생폼사, 오늘은 정말 멋지게 쳐야지. 파워 테니스! 고고.” 차에 챙겨둔 라켓 가방과 옷, 신발을 확인하며 결의를 다시 다진다.
4년 전인가?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이 열렸는데,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머리가 우승 트로피를 놓고 5세트까지 4시간 넘게 용호상박 다투는 것을 보고 다시 테니스에 꽂혔다. “나도 저렇게 쳐야지.” 그렇게 좋아했던 축구에서 테니스로의 변신은 나름 이유가 있다. 2003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신문사 골잡이로 출전했다가 헤딩 점프를 잘못해 왼 무릎을 다친 뒤 10년 이상을 절룩거리며 다니다시피 했다. 축구동호회에서도 멀어졌다. 결혼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뒤, 동호회에 가입해 아파트 내 설치된 코트에서 게임을 즐겼으나 스포츠부로 옮긴 뒤 바쁜 탓에 테니스에서도 멀어진 지도 오래.
그런데 2013년인가? 어느날, 퇴근길에 집 근처에서 과거 아파트 단지에서 테니스를 같이 치던 동호인을 우연히 만났다. 내친김에 동호회(한울테니스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5년째. 올해는 동호회 회장까지 맡았고, 홀로 파워테니스를 주창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다. 거의 중독성이다. 테니스를 친 뒤로 다쳤던 왼 무릎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체지방도 줄고, 뱃살도 나오지 않는다. 기준치를 초과했던 중성지방도 올핸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은 시각, 코트에 가보니 벌써 동호인 몇분이 나와 있다. 60살을 넘긴 고문님, 그리고 ‘발리의 신’같이 잘 치는 두 여성분, 양손 백스트로크까지 탄탄한 기본기를 뽐내는 다른 여성분…. 나이 들면서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엉성한 폼으로 치는 나에 비하면 짱짱한 실력자들이다.
오늘도 역시나다. 몸의 밸런스가 흔들리고 스트로크 실수를 남발한다. 복식경기 1승3패. 1-6, 4-6, 6-3, 3-6. 초라한 성적표에 낙담한다. “성적이 뭐 그리 중요하나요. 즐기면 되지요.” 면피성 말은 하지만 속이 쓰리다. A조(실력자들 지칭)에 가려면 아직 멀었다. B조는 언제 벗어나나? “아이고, 허리야~” 라켓 가방들을 챙겨 삼삼오오 코트를 빠져나가는데 한 여성 회원이 끙끙 앓는 소리를 한다. 공 칠 때는 몰랐는데, 나도 좀 아프다.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