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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로봇과 노동자 / 구본권

등록 2017-05-15 17:54수정 2017-05-15 19:04

인천공항에는 2월부터 국내 업체가 만든 로봇 두 종류가 돌아다니고 있다.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이다. 여행객이 항공권을 안내 로봇에 읽히면 탑승시각, 게이트 정보, 목적지 날씨 등을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로 안내한다. 두 로봇은 테스트를 마치는 올가을 정식으로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은 2005년부터 12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차지했다. 공항 시설과 연결 항공편 만족도는 물론 대기시간 최소화와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가 비결이다. 자동화 코너를 이용하면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설 필요 없이 탑승권 발급, 수화물 위탁, 출입국 심사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최근엔 인천공항이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포털에서 인천공항을 검색하면 출국장 카운터별 대기인원과 혼잡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제공항은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관문인데, 인천공항공사는 한국의 비정규직 실태를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전 직원의 84.2%인 6831명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정규직 1284명의 5.3배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전기가 마련됐다.

인공지능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막거나 외면할 수 없다. 오히려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채택할 필요가 있다. 기계는 사람이 설계하는 대로 작동한다. 사람 직무 자체를 대체하도록 로봇을 설계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가 로봇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도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에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까봐 불안하고 두려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도전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퇴행적 사회 분위기다. 인력파견업체 하청을 통한 비정규직 양산의 고리를 끊어야 사회가 두려움 없이 신기술을 모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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