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 우리의 밤은 종종 낮보다 뜨거웠다.
한겨레21부 디지털팀 울프짐431. 친구 15명과 차린 우리 박스의 이름이다. 크로스핏을 하다 만나 어쩌다 보니 박스를 너무 좋아하게 됐고 아예 박스를 차려버리기로 한 열다섯 남자들은 너와 내가 차린 박스가 너무 좋아서 오픈 초기 박스에서 자고, 마시고, 뒹굴고, 게임하고 하여간 그 공간에서 웬만하면 할 수 있겠다 싶은 일들을 다 해나갔다. 그동안 어떻게들 참고 살았나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 박스가 거기 있고 아무도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이 또 너무 좋아 가끔 감격까지 했다. 모든 순간 운영이 마냥 평탄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누군가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 한 톨도 사라지지 않았고, 전기 용량이 부족하거나 벽에 습기가 차오르는 등 예상치 못한 관리의 문제들이 시시각각 벌어졌다. 제아무리 박스가 좋은들 그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할 순 없는 생활인이었던 우리들은 그럴 때마다 쩔쩔매야 했다. 그나마 어떤 일이 벌어진 상황은 그래도 어떻게든 해결하면 됐다. 정작 문제는 정말 별것 아닌데 미묘하게 의견이 갈릴 때였다.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될 것 같은데 누군가들이 말로 부딪히면 그걸 조율하고 정리하는 문제가 때때로 발생했다.
아무 때나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은 박스를 차리고 가장 만족한 부분이다.
아이들을 데려와 이렇게 멋진 극장도 만들어줬다.
연재덕기자 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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