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겨우내 광화문 광장에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촛불을 들고 세상의 변혁을 요구한 깨어난 시민의식은 우리 사회 개혁의 구심점이며 이정표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산업, 노동 등 사회 곳곳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촛불평화혁명의 불길로 정화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의 선언을 새삼 되새깁니다. 해방 이후 지난 72년간 우리 사회는 국가폭력이 정당화된 공간이었습니다. 헌법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양심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에 정당하게 대항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분단 상황에서 국가가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승호 피디의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백>은 이른바 ‘서울시공무원 탈북자 간첩사건’의 전모를 생생히 보여주었습니다.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를 상대로 국가기관은 고문과 증거 조작 등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생각할 수 있는 자유, 그 사상의 자유를 밖으로 드러내는 표현의 자유를, ‘국가보안법’을 통해 억압하고, 남북 긴장과 지역 갈등 그리고 민족 분쟁을 조장하여 통치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표적 예가 바로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그리고 뒤이은 이석기 전 의원 등 10명에 대한 법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다른 사상과 가치관까지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 체제와 제도에 순응하고 맹종하도록 국민을 협박하고, 국가폭력을 남용하는 것은 독재체제입니다. 헌법은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헌법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헌신할 의무와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천부적 권리인 인간의 기본권, 곧 헌법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마르코 2장 27절)라는 성경 말씀과 이에 근거한 ‘인간이 국가보다도 우선한다’라는 신학적 원리를 늘 되새겨야 합니다. 개인과 국민의 안보가 우선입니다. 국가 안보는 국민 개개인의 안보를 위한 보조 장치일 뿐입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가치가 국가보다 우선한다는 이 기본적 원리를 늘 되새기고 선언하고 다짐해야 합니다.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지향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민족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공동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바로 지금 새롭게 그리고 분명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모아낸 열기와 함성이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이룩하는 변혁과 은총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시작은 우리 시대 최고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일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이러한 시대적 징표를 분명히 깨닫고 시대의 요청에 귀 기울여 실천하기 바랍니다. 통일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 특히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형제자매와 동지들에게 해방의 기쁜 소식이 전달되기 바라며 기도드립니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 주고 멍에를 풀어 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고… 그렇게만 하면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이사야 58장 6~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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