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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메이데이 순교의 들불 / 조일준

등록 2017-04-30 17:16수정 2017-04-30 18:47

국제 노동자의 날(5월1일, 메이 데이)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 3권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한 뒤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조일준 기자
국제 노동자의 날(5월1일, 메이 데이)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 3권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한 뒤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조일준 기자
“우리를 목매달아 노동운동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궁핍과 비참함 속에서 고된 노동으로 살아가며 해방을 기대하는 수백만 임금 노예들을 짓누를 수 있다고 여긴다면, 우릴 처형하라! 당장 불꽃 하나는 짓밟겠지만, 당신의 앞과 뒤, 여기저기서 불길이 타오를 것이다. 당신이 밟고 선 대지의 불길은 끌 수 없을 것이다.”

1886년 8월 미국 시카고 법원. 오거스트 스피스(당시 31살)는 교수형을 선고받은 재판에서 기나긴 최후진술을 했다. 논리정연한 권리선언이자 뜨거운 격문이었다. 스피스는 독일 공무원 가정에서 태어나 17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22살 때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했고, 25살엔 독일어로 발행되던 노동자 잡지 <아르바이터 차이퉁>의 편집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6년 뒤 사형수가 됐고, 이듬해 형이 집행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석달 전인 5월1일, 미국 전역에서 수십만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시카고에서도 8만여명이 참여했다. 시위 사흘째, 경찰의 발포로 4명이 숨졌다. 다음날 밤 헤이마켓 앞 항의시위. 누군가 사제폭탄을 던졌고 군경의 발포가 뒤따랐다.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면서 사태가 엉뚱하게 번졌다. 다음날 경찰은 잡지사를 덮쳐 스피스 등 4명을 체포했다. 또다른 노동운동가 4명도 체포됐다. 그중 7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4명이 형장에서 최후를 맞았다. 누구에게도 범행 증거는 없었다.

1889년, 제2인터내셔널은 5월1일을 ‘국제 노동자의 날’(메이데이)로 선포했다. 바로 오늘이다. 스피스의 법정 선언은 전 세계 노동자의 들불이 됐다. 휴일인 어제, 서울과 대구에서도 이주노동자 수백명이 ‘노동3권 쟁취’ 집회를 열었다. 국내 이주노동자가 50만명을 넘었지만 그들의 처지는 맨 밑바닥보다도 아래다. 다음주면 대선을 치르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번 선거가 그들에게도 ‘장미 대선’일까?

조일준 디스커버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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