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는다는 의미의 ‘임플란트’(implant)가 이식형 치아의 대명사로 쓰이지만, 이미 다양한 기기가 몸 곳곳에 이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100만명 넘는 심장질환자가 혈관 막힘을 방지하려고 스텐트라는 금속물질을 삽입한 채 살고 있다.
두개골을 뚫고 뇌에 전극을 넣은 사람도 세상엔 14만명이 넘는다. 미국 식품의약품국 승인을 받은 뇌심부 자극장치는 뇌에 심는 바늘모양 전극인데 전류를 흘려보내면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환자의 떨림을 개선하고 우울증도 완화해준다. 2004년 미국 브라운대 존 도너휴 교수는 사지마비 환자의 대뇌에 96개의 전극이 달린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두뇌 외부와 연결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임창환, <바이오닉맨>)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자연인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인간 본능이다. 인간능력을 개선하려는 궁극의 시도는 컴퓨터칩을 이식해 두뇌를 컴퓨터와 결합하려는 움직임이다. 마이크로칩의 대뇌 이식실험 성공 이후 ‘뇌-컴퓨터 접속’(BCI)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된 세상은 <매트릭스>, <공각기동대>처럼 인간 두뇌능력이 무한 확장되는 걸 의미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비밀리에 설립한 뇌-컴퓨터 접속 회사 뉴럴링크가 최근 공개돼 공상과학 속 상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뇌에 뉴럴레이스라는 칩을 이식해 뇌신경과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게 목표인 회사다. 거부감이 큰 두개골 수술 대신 정맥주사로 뇌에 뉴럴레이스를 보내는 방법을 추진한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생물학적 지능을 디지털 지능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배경에 관련 기업 투자가 있었다. 강력한 기술을 누가 소유하고 지배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더 늘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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