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대접(?)받는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 ‘서민 주거 안정’ ‘서민 의료 지원’ ‘서민 맞춤형 복지’ ‘서민 금융 확대’ ‘서민 신용 대사면’ 등등…. 대통령선거가 열기를 더해가면서 이른바 ‘친서민 공약’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민의 기준은 무엇일까? 입에 붙은 말인데, 중산층이나 빈곤층처럼 학술적 정의는 없다. 국어사전에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나와 있다. ‘중위 소득’이라는 개념이 있다. 전체 가구 중 소득 기준으로 딱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전체 가구를 소득이 많은 순서로 줄 세웠다고 가정했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이다. 전체 가구의 소득을 합한 뒤 이를 가구 수로 나눈 ‘평균 소득’과는 다르다. 특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중위소득이 평균소득보다 소득 분포의 실상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보건복지부가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를 토대로 산정한 2017년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477만원이다. 연간 소득으로 환산하면 5724만원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중위소득 이하의 소득 계층을 서민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가 국민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서민형과 일반형이 있는데, 서민형의 가입 자격이 연봉 5천만원 이하다. 가구 소득에는 급여 외에 사업소득과 이전소득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중위소득과 서민형 가입 자격이 얼추 비슷하다. 물론 서민의 모습을 정확히 그리려면 소득뿐 아니라 집과 자동차 등 재산 실태와 생활 양식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민 후보’를 자처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며칠 전 서민의 기준을 추가했다. 막말이란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후보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에 “막말은 가장 서민적인 말이다”라고 답했다. 어이가 없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시민들이 18일 한 유세장에서 대선 후보의 연설 모습을 일제히 촬영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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