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동작 가운데 하나인 백 스
한겨레21부 디지털팀 “형, 협동조합처럼 박스나 하나 같이 할래요?” 전복적이었다. 운동이 지겨워지면 아예 ‘운동장’을 차리면 되는 거였다. 사실 그땐 크로스핏이 슬슬 지겨워질 때였다. 그때가 크로스핏 3년차인가, 4년차인가. 더 이상 하루 운동을 했다고 뼈와 살이 불타오르지 않았다. 처음엔 안 그랬다. 매일 탈진이었다. 더는 한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무호흡적 감각 속에서 박스(크로스핏 체육관) 바닥에 쓰러져 있노라면 마음이 아우성쳤다. 아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뭐랄까, 원래는 허락되지 않는 생성과 소멸이 흡사 ‘문학적 허용’처럼 내게만, 예외적으로, 매일, 허락되는 기분이었다. 크로스핏. 전신을 활용해 최단 시간에 최고 출력을 뽑아내는 고강도 운동(Metcon·메트컨)을 근력 운동(Strength·스트렝스)과 결합한 것. 그걸 알고 크로스핏을 시작하는 사람을 적어도 나는 보지 못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운동하는 이유가 그렇듯 살 빼려고 시작한다.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 운동 시간이 짧다던데 하는 정보에 혹해서. 그러곤 충격과 공포, 좌절과 패배감에 빠진다. ‘내 몸뚱이가 이렇게 비루한 것이었던 것인가.’ 여기가 크로스핏 덕질의 첫 갈림길이다.
체육관 전경. 박나래 제공
체육관 전경. 박나래 제공
연재덕기자 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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