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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엑스(x)의 존재론 / 고명섭

등록 2017-04-12 17:54수정 2017-04-12 20:37

철학자들에게도 야심이 있어서, 존재론의 영역에서 이 야심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목표로 삼는다. 그 야심을 실현하려고 철학자들은 철학사를 더듬어 올라가는데 대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니면 공자와 노자가 활동하던 ‘축의 시대’에서 멈춘다.

철학자 박동환의 근작 은 우리의 철학적 상상력의 변경을 아득히 넓혀놓는다. 박동환은 고작 2, 3천년의 철학사 지식으로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캐보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비밀은 훨씬 더 깊은 곳에 묻혀 있다. 몇천년 혹은 몇만년 인류 역사의 두께는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박동환은 그 비밀을 탐사하려고 까마득한 과거로 눈을 돌린다. 인류 탄생 이전, 아니 원시생명체가 출현하고 더 멀리 우주가 태어난 시점까지 올라간다.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만들어지고 분자들이 연결돼 생명체를 이루고 생명체 안의 유전정보(DNA)가 수십억년 이어져 오늘의 인류에 이르렀다. 인간의 내부에는 그 장구한 세월 동안 계속된 우주와 생명의 모든 역사, 진화의 모든 기억이 응축돼 있다. 그 영원의 시간이 집적해놓은 기억은 도무지 인간의 지혜로는 다 알 수 없다. 박동환은 그 알 수 없는 기억의 비밀을 ‘엑스(x)’라고 부른다.

인간 각자는 영원의 시간이 흘러와 머무는 체류지이자 수십억년 시간이 쌓은 기억의 비밀이 담긴 저장소다. 인간의 유전정보가 바로 그 기억의 저장소라 할 수 있다. 영원의 기억을 담은 유전정보에는 과거를 똑같이 반복하게 하는 ‘닫힌 부분’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을 허용하는 ‘열린 부분’도 있다. 진화가 고도화할수록 ‘열린 부분’이 커지고 자유의지도 함께 자란다. 인간이란 영원의 시간을 통해 형성된 존재이자 자유의지를 발휘해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깨달음이 여기서 나온다. 영원의 상속자인 인간이 미래의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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