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초교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세월호가 올라왔지만,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참사의 충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는 분노와 원망, 죄책감과 슬픔, 연민과 동정이 응축된 ‘미안합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를 다짐하며 유가족과 함께 날마다 4·16을 살았다.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은 그 사건을 파생시킨 체제를 마주할 계기를 제공한다. 우리는 ‘나라가 망했다는 절망’의 늪에서 빠지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둘러앉아 토론하며 사회 재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만들어 나갔다. 안전교과를 신설하고 수영교육을 시키는 이런 해결책이 아니라, 상처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듯 ‘교육적 차원에서 세월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한국 교육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세월호 참사는 어떤 교육적 모순과 연관되어 있는가?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체제를 고민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육계가 세월호의 피해자이면서 책임주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이후 교육에 대해 고민하며 내놓은 ‘4·16 체제’는 질문이며 대답이다. ‘4·16 교육체제’는 ‘인간존엄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적 관점에서 재구조화한 교육제도와 교육문화의 통합체제’로 정의된다. 여기서 던지는 핵심적 질문은 ‘우리는 교육을 통해 어떤 삶을 안내할 것인가’이다. 대형 사회적 재난이 어디에서 오는지 뿌리를 캐보면 결국 물질과 권력의 탐욕을 부추기는 거대한 체제가 나온다는 것이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유지되는 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유지되는 체제 안에 머무르는 한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삶이, 사회가, 교육이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전망을 세워야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실험해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새로운 삶의 양식 가르치기’를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지, 공적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학교문화는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 등을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4·16 체제’는 학생을 ‘예비자’ 혹은 ‘공부할 존재’로 규정하기보다 ‘자기 삶을 사는 존재’, ‘자신을 값있게 만들 수 있는 존재’로 정의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듯이 한국의 학생들은 학교의 경쟁체제에 갇혀 살고, 학교가 설정한 목표를 위해 효율적으로 관리된다. 지시와 통제가 빈번하고, 학생이 지적 호기심을 발현할 시간적·공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주인으로서 지위를 행사할 시스템도 충분치 않다. 이런 조건에서는 침묵, 복종, 순응 같은 수동성에 머물게 된다. 그러므로 ‘4·16 체제’의 핵심은 학생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살면서 사유하는 존재,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토론하고 공동의 문제를 숙의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면에서 ‘4·16 체제’는 경기도교육청을 넘어 국가 교육의제로 채택돼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다. 후보들이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고, 유권자인 학부모들, 교육시민단체들이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송경동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해야 할 일은 후보별 교육공약을 비교하면서 합리적인 대학입시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시대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복원력으로 일어서는 것이다. 더 이상 작은 선택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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