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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나토의 역설 / 조일준

등록 2017-04-03 17:31수정 2017-04-04 11:01

2017년 나토의 작전 지역 현황. 나토 홈페이지 갈무리
2017년 나토의 작전 지역 현황. 나토 홈페이지 갈무리
꼭 68년 전 오늘(1949년 4월4일), 미국 워싱턴에서 서방 12개국의 서명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탄생했다. “하나 이상의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제5조)이 핵심이다. 세계 최강 군사동맹의 출범은 소련의 침공 위협이 구실이었지만, 미국이 서유럽에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프랑스의 샤를 드골은 서유럽 자체의 방어동맹 개념인 ‘제3세력’을 구상하고 있었다. 서유럽 지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소련이 아니라 독일의 부활이었다. 미국이 서유럽의 자주 의식을 소련에 대한 공포로 대체하면서 ‘범대서양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했다.(가브리엘 콜코, <제국의 몰락>) 1966년 프랑스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발해 “주권의 전면적 행사를 위해 나토 통합사령부에서 철수한다”고 통보했다. 그 배경에는 프랑스의 독자적 핵무장을 둘러싼 나토 내부의 불협화음도 깔려 있었다. 프랑스가 나토군에 복귀한 것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1992년이 되어서였다. 이때의 명분도 “프랑스의 주권 강화”였다.

나토에 대응해 1955년 창설된 바르샤바조약기구는 1991년 소련의 몰락과 운명을 함께했다. 그러나 나토는 외려 급속히 세력을 불리면서 러시아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옛 동구권과 소비에트연방의 일부였던 12개국이 잇따라 나토에 합류하면서, 현재 회원국은 28개국에 이른다. 그리고 2017년,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나토 무용론’을 거론하며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트럼프의 요구에 맞장구를 치고, 나토의 핵심 회원국인 터키도 친러 노선을 강화하며 유럽과 부딪친다. 푸틴의 러시아가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지금, 나토의 나침반이 정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조일준 디스커버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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