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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야구의 과학: 왼손잡이 / 김양희

등록 2017-03-19 17:12수정 2017-03-19 18:54

왼손잡이 홈런왕 이승엽(삼성). 그는 1루 외 다른 내야 수비는 볼 수 없다. 연합뉴스
왼손잡이 홈런왕 이승엽(삼성). 그는 1루 외 다른 내야 수비는 볼 수 없다.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출신의 미국프로야구 선수 파블로 산도발(보스턴 레드삭스)은 원래 왼손잡이였다. 하지만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면서 9살 때부터 오른손으로 던지는 것을 연습했다. 동경하던 ‘베네수엘라의 보석’ 오마르 비스켈과 같은 유격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뛰고는 있으나 이 역시 왼손잡이였다면 꿈꿀 수 없는 수비 위치였다.

야구에서 왼손잡이는 1루 외 내야 수비 때 불리하다. 오른손잡이는 타구를 잡고 곧바로 1루로 공을 던질 수 있지만 왼손잡이는 송구할 때 왼쪽으로 몸을 돌려야 해서 시간이 지체된다. 0.1초 차이로 아웃, 세이프가 갈리는 야구에서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감독들은 2루수, 유격수, 3루수 자리에 왼손잡이를 잘 쓰지 않는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 20시즌 동안 1루수 외 왼손잡이 내야수가 출전한 경기는 단 1경기뿐이었다. 이 또한 경기 후반 대타로 출전했다가 1이닝 동안만 3루 수비를 봤다.

왼손잡이 포수도 드물지만 이유는 약간 다르다. 오른손잡이 타자의 위치상 2루 송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미국의 야구 저술가 빌 제임스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포수의 주요 조건이 강한 어깨인데, 강한 어깨의 왼손잡이 선수를 투수가 아닌 포수로 쓰기에는 아깝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31일 개막하는 2017 케이비오(KBO)리그 선수 등록 기준으로 왼손으로 던지는 야수의 비율은 13.1%(313명 야수 중 41명)다. 이들 중 내야수는 9명인데 모두 1루수다. 수비 포지션 제약이 있으나 왼손잡이 타자는 공격할 땐 오른손잡이 타자보다 1.524m가량 이득을 본다. 케이비오리그에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치는 우투좌타 비율(28.1%·88명)이 높은 이유다. 자세히 보면 더 흥미롭다. 야구의 과학도 그렇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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