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 키케로는 요즘 나이로는 노년이라고 할 수 없는 63살에 삶을 마감했다. 키케로가 말년에 쓴 <노년에 관하여>는 앞 시대의 정치가 마르쿠스 카토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법을 안내하는 저작이다. 로마인들 사이에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통한 노년의 카토는 자신의 지혜로움을 “자연을 최선의 지도자로 모시고 자연이 마치 신인 양 거기에 따르고 복종한” 결과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이 지혜라는 말이다. 그러나 글을 읽어가다 보면, 지혜는 자연이 거저 주는 선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으로 맺는 결실이라고 역설하는 주인공을 보게 된다. “기름을 대주지 않으면 등불이 꺼지듯, 마음과 정신도 노년이 되면 꺼진다. 그러므로 몸만 돌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돌보아야 한다.” 그 돌봄은 부드러운 어루만짐이라기보다는 격렬한 투쟁에 가깝다. “사람들은 노년의 약점을 근면으로 벌충해야 하며, 마치 질병과 싸우듯 노년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은 육체의 싸움이 아니라 정신의 싸움이다. 그래서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빌려 이렇게 묻는다. “밀론은 어깨에 황소를 메고 올림피아의 경주로를 걸었다고 하는데, 그대는 밀론의 체력과 피타고라스의 정신력 가운데 어느 것을 더 바라는가?” 뇌 기능의 약화에 맞선 끈질긴 투쟁의 결과가 피타고라스의 정신력이고 노년의 지혜다. 지혜는 밖으로 넓게 봄과 안으로 깊게 봄이 합쳐져 전체를 통찰할 때 솟아나는 분별력과 판단력이다. 새로운 것을 향해 앎을 넓히려는 마음, 이미 아는 것을 돌이켜 숙고하려는 마음이 멈출 때 지혜의 자리에 아집이 들어선다. 탄핵 결정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은 세는나이로 예순여섯이다. 대통령 주변은 나이보다 일찍 노쇠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편협하고도 완고한 정치적 자폐증의 전시장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