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009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야구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일본에 아쉽게 진 뒤 은메달을 목에 건 채 박수를 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2005년 5월 버드 셀리그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모델로 한 세계야구클래식(WBC) 개최를 알렸다. 대회 창설까지 진통은 상당했다. 구단주들은 시즌 전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했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는 도핑 검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보험 계약과 약물 검사 관련 약관이 마련된 뒤에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참가가 가능해졌다.
일본야구기구(NPB)나 선수노조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구단주들은 찬성했지만 선수들은 시즌 직전에 열리는 대회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4개월의 협상 끝에 일본의 참가가 결정됐으나 대회 때마다 마찰은 계속됐다. 3회 대회(2013년)가 열리기 전년도에는 일본 선수회가 수입 배분에 불만을 품고 대회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전체 수익금의 66%(메이저리그 사무국 33%+메이저리그 선수노조 33%)를 미국 야구가 가져가는 불합리한 구조 때문이었다. 반면 일본은 수익금의 13%, 한국은 9%를 가져간다.
미국 스포츠 매체 <이에스피엔>(ESPN)의 크리스티안 모레노 기자는 지난해 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계야구클래식 수익금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는 한 이번이 마지막 대회일 것”이라고 밝혔다. 폐지론이 대두하는 이유는 비단 수익금 배분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2009년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야구클래식 결승전에서는 결승 진출팀(한국, 일본)을 비롯해 미국 국가도 함께 연주됐다. 국제대회 보편적 룰을 무시한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축구 월드컵에서는 오로지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의 국가만 울려 퍼진다. 일본 주도로 2015년 창설된 프리미어12 결승 때도 초대 우승을 다툰 한국, 미국 국가만 일본 도쿄돔에 울렸다. 마지막일 수 있는 2017 세계야구클래식은 3월6일 개막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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