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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역이 중앙에게] ‘박삼실’에게 구미는 식민지였다 / 김수민

등록 2017-02-15 18:43수정 2017-02-15 21:19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식민지’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기야 일제강점기에도 현실을 흐리며 저항에 재를 뿌리는 자들이 있었다. ‘식민지라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느냐’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잡아먹기 위해서라도 키워주는 법이다. 거기에 고개를 조아리는 순간 식민주의는 땅에 깊이 박힌다.

구미에서는 박정희 광신도들도 식민지의 광신도일 뿐이다. 얼마 전 녹취파일을 통해서도 언뜻 드러났지만, 박근혜와 최순실은 박정희기념관을 서울에 짓기를 원했다. 2000년도 전후 구미 지역 박정희 광신도들은 당연히 고향에 건립해야 한다며 박근혜를 규탄했다. 심지어 ‘화형식’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물론 이젠 다 잊힌 일, 진작에 스스로 알아서 갖다 바치는 고분고분한 신민이 되었다. 최순실도 이 정도는 계산해두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 박근혜·최순실과 개성공단 폐쇄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대체부지로 떠올랐던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주목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 대체부지엔 구미도 빠질 수 없다. 폐쇄 후 한 달 보름쯤 지나, 구미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몇몇을 구미공단에 유치하러 접촉했었다. 입주기업 대다수는 아직도 정부에 울분을 토하며 재가동을 희망하고 있는데 말이다. 구미시는 입주기업의 도산과 실직을 초래한 정부의 ‘셀프 경제제재’를 뒤치다꺼리하는 데 성실했다. 단순한 주워먹기 시도였는지 아니면 모종의 과정을 거쳐 개성공단 영구폐쇄를 확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 역시 ‘박근혜보다는 이재용’인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월19일, 남유진 구미시장은 “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을 환영합니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우리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하라는 거지요”라고 밝혔다.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보람도 없다.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껏 법률적 구멍을 파줬더니, 남유진씨가 도로 이를 ‘국가경제 살리기’란 명목의 정치적 판결이라 규정해버렸다.

이 부회장 쪽은 최순실을 지원한 것이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을 거부하면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한마디로 박근혜·최순실이 협박범이란 항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친박단체 입장에서는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빠져나간다고 고함을 지를 만한 일인데, 그럼에도 그들은 이재용 결사옹위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와 이재용, 둘 모두를 받들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직전 구미공단에는 “대기업들이 짐을 싸고 있다. 박근혜가 떨어지면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풍문이 파다했다. “박근혜가 구미에 뭐하러 특별히 신경 쓰겠냐”는 응수도 ‘혹시 사실이 된다면’이라는 근심과 공포를 깰 수 없었다. 결과는 80% 지지율이었다. 자본에 대한 충성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연이은 폭파 사고로 하청업체와 지역경제로 피해가 번져나갈 때도, 일부 시민들은 비굴하게 삼성 응원 현수막을 갖다 붙였다. 남유진씨가 고개를 조아리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직업병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에도 구미시는 삼성전자에 ‘건강한 일터’ 인증상을 주었다.

박 정권 들어서 구미공단의 불안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박삼실(박근혜·삼성·최순실) 사이에 오고 간 이야기 중 구미공단 관련 사항은 없다. 박근혜가 언제 삼성한테 구미에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는 압력(부탁?)이라도 넣었던가. 삼성은 정권 실세를 달래고 얼러 오너의 탐욕이나 챙겨먹었다. 자본의 생리도 모르고 박정희 신전에서 기도나 드리는 식민지 백성들은, 박삼실에게 비웃음거리조차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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