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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깡패 자본주의

등록 2017-02-06 16:43수정 2017-02-06 19:10

금융깡패(bankster)라는 말이 있다. 은행가(banker)와 깡패(gangster)를 합친 표현이다. 세금을 축내면서도 국민경제와 시민 복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냉혹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가를 일컫는다. 때에 따라서는 금융자본 전체가 금융깡패 속성을 갖는 것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금융깡패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경우가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다. 당시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자본은 위기의 주범임에도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이후 오히려 세력을 더 키웠다. 반면 미국 사회 전체의 계층 간 격차는 더 커졌다.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이런 모습을 ‘깡패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생태경제학자인 우석훈씨는 지역 발전이란 이름으로 온갖 불법·편법을 동원해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토호들에게 ‘깡패자본’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깡패자본의 힘이 세지면 그 자체가 규범처럼 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자체가 흐려진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이 그런 사례다. 애초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깡패자본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나라와 미국 안팎 기업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는다. 미국인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무역 역조를 시정하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중상주의적 위협이 주된 수단이다. 상당수 기업이 ‘소나기는 피해 가자’는 식으로 이에 응한다. 지구촌을 들끓게 만든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또한 이런 깡패 자본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는 지구촌 경제의 토호 행세를 하는 점에서도 깡패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금융개혁법안마저 폐기하려 한다. 하지만 깡패 자본주의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달러 패권과 양립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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