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설명 요구할 권리 / 구본권

등록 2017-02-05 16:46수정 2017-02-05 18:54

말보로 담배는 카우보이  광고로 유명하지만, 1950년대만 해도 말보로의 주된 마케팅 대상은 여성 흡연자였다. 립스틱 자국이 남지않도록 필터부분을 붉은색으로 처리한 담배를 선보였고, 위 광고처럼 아기를 등장시켜 엄마에게 담배를 권하는 캠페인을 했다. “엄마, 나를 혼내기 전에 말보로 한 대 어때?”라고 아기가 말한다.
말보로 담배는 카우보이 광고로 유명하지만, 1950년대만 해도 말보로의 주된 마케팅 대상은 여성 흡연자였다. 립스틱 자국이 남지않도록 필터부분을 붉은색으로 처리한 담배를 선보였고, 위 광고처럼 아기를 등장시켜 엄마에게 담배를 권하는 캠페인을 했다. “엄마, 나를 혼내기 전에 말보로 한 대 어때?”라고 아기가 말한다.
1950년대 미국 신문엔 아기가 엄마에게 담배를 권하는 광고가 실렸다. 담배 포장지에 폐암 사진이 실리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엔 규제가 없었다. 요즘 가공식품엔 성분 정보를 비롯해 1회 섭취량, 칼로리, 알레르기 정보가 표시된다. 과거엔 제조일자와 유통기한 정도만 표시했지만, 2006년 식품표시제 뒤 달라졌다. 펀드·보험 등 금융상품은 계약을 맺었어도 ‘불완전 판매’면 무효다. 수익률이나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금융상품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데 따른 대책이다. 이런 규제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마련되었거나 업계 스스로 도입한 게 아니다. 정보 불균형 상황을 이용한 사업자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가 끈질기게 요구해 쟁취한 결과다.

유럽연합이 2018년부터 적용할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알고리즘으로 처리된 결과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도입한다. 정보주체가 프로파일링을 포함한 자동화된 의사결정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효율성을 위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부과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정보주체의 권리 확대라고 반기지만, 기업들은 인공지능 개발과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효율성이 높지만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계가 처리하는 구조가 인간의 인지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지만 알파고도 개발자도 각 포석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 신경망 방식과 기계학습을 채택하면서 설명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현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해서 설명할 권리가 쓸모없는 게 아니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시도로 우리도 적극 검토해야 할 새로운 권리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이번엔 탄핵해야” 시민의 함성이 역사를 만든다 1.

[사설] “이번엔 탄핵해야” 시민의 함성이 역사를 만든다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2.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3.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사설] ‘극우 내란 선동’ 나선 윤석열, 당장 끌어내려야 4.

[사설] ‘극우 내란 선동’ 나선 윤석열, 당장 끌어내려야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5.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