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두 걸음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개구리도 크게 움츠려야 멀리 뛸 수 있다. 하지만 ‘1보 후퇴, 2보 전진’을 실천하려면 인내심과 지혜, 용기가 두루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1보 후퇴, 2보 전진을 공개적으로 실행한 대표 사례가 러시아(소련)의 1921년 신경제정책(NEP)이다. 당시 러시아는 지구촌에서 처음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했으나 모든 산업이 거의 마비되고 민중들의 각종 불만이 분출했다. 그래서 혁명 지도부는 농업·공업·상업 부문에서 사적인 영리 추구를 인정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자본주의로 1보 후퇴해 물적·기술적 토대를 만든 뒤 이후 2보 전진한다는 취지다. 결과는 괜찮았다. 신흥 부르주아지가 성장했고 몇 해 안에 농업·공업 생산력이 1차대전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이후 2보 전진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말이다.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 … 8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 … (하지만)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 두 차례 집권을 마치고 물러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별연설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은 ‘2보 전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1보 후퇴’하게 됐다는 얘기다. 만약 트럼프가 정치를 잘못해 4년 뒤 정권이 바뀐다면 민주당으로선 새로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45대 대통령으로 20일 취임하는 트럼프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오바마가 1보 후퇴시킨 미국을 2보 전진 쪽으로 이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취임 전 지지율은 최근 수십년 가운데 가장 낮다. 직전의 오바마, 조지 부시, 빌 클린턴이 60~80% 수준이었던 데 비해 그는 40%선에 그친다. 트럼프는 본의 아니게 1보 후퇴하게 될 것 같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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