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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정치교체-반정치주의 뭐가 다른가

등록 2017-01-16 17:43수정 2017-01-16 19:26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반기문 전 총장이 말하는 정치교체는 반정치주의와 다르지 않다. 반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반정치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다.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조직화하고 조정하고 타협하고 해결하는 민주주의의 수호자여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걸음은 광폭에 광속이다. 음성-충주-평택-거제-부산-김해-진도-영암-광주-대구-대전을 돌아 19일 서울로 돌아온다. 경제 현장 방문, 고통받는 민심 청취 등 다목적이다. 10년 공백을 한꺼번에 메우려는 기세다. 노익장을 과시하려는 것 같은데 따라다니는 취재진은 숨 가쁘다. 과속 운전으로 사고 우려도 있다.

그런다고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유를 갑자기 깨달을 수는 없다. 해법을 찾을 수는 더더욱 없다. 아무튼 참 열심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도대체 왜 대통령을 하려는 것일까? 진짜 이유가 뭘까? 그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말했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고 했다. “이제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물었다.

무슨 말일까?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욕심을 버리라는 꾸짖음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의 소리다.

탄핵 소추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을 패권과 기득권으로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런데 친문 패권과 기득권은 야권 내부의 문제다. 반기문 전 총장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주장하는 논거는 뭘까? 15일 천안함기념관 방문 뒤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여러 차례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과오를 범할 수밖에 없다. 헌법, 선거제도, 정책 결정 방식, 정치인들의 행태, 사고방식 등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반기문이 대통령을 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왜 반기문이어야 할까? 귀국길 <조선일보> <중앙일보>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내가 어떻게 해왔는지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은 놀랄 것이다. 정말로 사심 없고, 개인 생활 없고, 가족들 멀리하고, 오로지 공적인 업무만 했다. 1년 365일을 최대한 일요일, 토요일도 없이 활용했다. 그런 노력으로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을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했다.

“(국제사회 지도자 경험이라는) 남이 갖지 못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내치는 좀 다를 수 있지만 내치의 경우도 저는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 남을 위해서 먼저 희생하고, 세상의 어떤 계층 사람하고도 대화할 수 있다. 진영의 논리가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상의 많은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 다른 종족들과 다 대화를 했다.”

그런가? 순수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정치를 할 수 있을까? 반기문 전 총장은 정치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이비에스>에서 세계의 석학들을 인터뷰한 ‘다큐 프라임: 민주주의’가 최근 책으로 나왔다.

“사회는 항상 분열되어 있고 갈등은 상존한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사회화·제도화하는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갈등을 해결해 주는 정치체제가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 이익 결사체를 만들고, 서로 갈등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 본연의 모습이다. 그래서 갈등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엔진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대통령 안 된다. 그가 말하는 정치교체는 반정치주의와 다르지 않다. 반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반정치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다.

박정희의 5·16 쿠데타 포고문에는 “군부가 궐기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고 단정”했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와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한 것이다.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조직화하고 조정하고 타협하고 해결하는 민주주의의 수호자여야 한다. 따라서 정치인이 해야 한다.

반정치주의 이데올로기를 휘두르는 외교관이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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