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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박근혜는 트럼프의 미래? / 황상철

등록 2016-12-27 18:18수정 2016-12-27 19:16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보면서 박근혜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묘하게 겹치는 탓이다. 어떤 일은 너무 비슷해 소름이 돋는다.

가장 먼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순 세력’의 도움을 받아 정통성이 의심받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민주당전국위원회를 해킹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이메일들이 폭로되게 하는 식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해킹의 배후로 사실상 지목했다. 2012년 한국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은 댓글 공작을 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새누리당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거냐”며 눈을 부라렸고, 요즘엔 트럼프가 그렇다. 미 의회까지 나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이 드러날지 궁금하다.

둘째,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워싱턴의 오물을 빼겠다”고 목청을 돋우며 월가와 정치권의 결탁을 비난했다. 그런데 재무장관과 상무장관 등에 월가 출신 인물을 앉혔다. 윤곽이 드러난 그의 내각은 ‘거질리어네어’(초갑부) 내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기초연금 20만원’ 등으로 유권자를 현혹한 뒤 대통령이 되자 나 몰라라 했다. 그의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은 팽 당했고 지금은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다. 뭣 누러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공약 뒤집기를 화장실 변기 바꾸듯 했다.

셋째, ‘비선’이 있다.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입김이 세다는 얘기가 많다. 이방카가 백악관에 들어가 안주인 구실을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가족인데 왜 그러느냐’며 트럼프가 볼멘소리를 낼 법한 측면도 있다. 박근혜한테 최순실도 가족과 다름없었다. 아니 가족보다 더 친밀했다. 정권 초부터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더니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터져나왔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한 트럼프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넷째, 군인을 좋아해 외교안보 라인에 군 인사들을 중용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정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육군 중장 출신의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내정했다. 그는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의 강경파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가안보실장은 김장수, 김관진 등 군 출신이 맡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도 군 인사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말들이 나온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했던 ‘대선 족집게’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해 탄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용하다는 일부 무속인들이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임기를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박근혜의 길을 밟을까. 트럼프는 박근혜보다 똑똑해 보인다. 자기 말을 할 줄 알고, 독립된 영혼도 갖고 있는 듯하다. 은둔형 외톨이도 아니다. 그래서 쉽게 장담할 수 없다.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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