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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흑맥주, 특별할 것 전혀 없다 / 정남구

등록 2016-12-14 17:56수정 2016-12-14 20:35

정남구
논설위원

일본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거 맥주다. 에일 맥주로는 아일랜드산 기네스를 가장 좋아한다. 진한 색깔과 맥아 향, 구수한 쓴맛과 부드러운 크림 거품은 중독성이 있다. 10여년 전 더블린에서 맛보았을 때는 집안이 거덜나더라도 앞으로 맥주는 기네스만 마시겠다 할 정도로 반했다.

1759년 더블린의 한 양조장을 사서 맥주 제조업을 시작한 아서 기네스는 맥주 역사에 남을 혁신가다. 기네스도 처음에는 일반적인 에일 맥주와 당시 가장 인기있던 흑맥주 ‘포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곧 흑맥주에만 집중했다. 이어 재료에서 포터에 쓰이던 갈색 맥아를 없애버리고 검정 맥아만 썼다. 스타우트는 색깔과 향이 더 진한 흑맥주에 붙이던 이름인데, 오늘날 기네스는 스타우트의 동의어처럼 쓰인다.

맥주의 색깔은 투명에 가까운 옅은 색(페일), 호박색(앰버, 보석 호박), 갈색, 흑맥주로 크게 구분한다. 미국양조화학회의 표준참조색방법(SRM)을 써서 숫자로 표시하기도 하는데, 숫자가 클수록 진하다. 30 이상이면 흑맥주라 할 수 있고, 스타우트는 대개 40을 넘는다. 맥주 색깔은 재료로 쓰이는 곡물이 거의 좌우한다. 그러므로 흑맥주를 만드는 일이 특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아이리시 레드 에일 레시피(왼쪽), 벨기에 스타우트 레시피
아이리시 레드 에일 레시피(왼쪽), 벨기에 스타우트 레시피

사진에 두 개의 레시피가 있다. 하나는 아이리시 레드 에일(4.8도), 다른 하나는 벨기에 스타우트(6도)다. 아이리시 레드 에일 맥주는 SRM이 17로 붉은빛이 도는 진한 앰버 색이다. 3㎏의 액상 맥아추출물(LME)에 캐러멜 몰트가 300g, 높은 온도에서 검은색에 가깝게 볶은 구운 보리 100g이 들어간다. 검은색을 내는 재료가 전체의 10%를 조금 넘는다.

벨기에 효모를 쓴 스타우트는 색깔을 검게 만들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3㎏의 갈색 액상 맥아추출물(재료의 SRM이 17),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구운 블랙몰트 200g, 구운 보리 200g, 검은 밀맥아(midnight wheat) 200g 등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아이리시 레드 에일(28g)의 3배인 84g의 홉을 쓰니 쓴맛이 강하고, SRM이 42에 이를 정도로 검다. 그래서 스타우트(진하다!)다. 냉장고에 두고 석달간 마실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진다.

집에서 만든 스타우트는 물론 기네스 맛을 낼 수 없다. 수제맥주는 설탕을 이용해 맥주 안에 탄산가스를 채우지만, 기네스는 질소를 밖에서 집어넣어 좋은 크림 거품을 만들어준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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