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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모르쇠’ 실장, ‘뺑소니’ 수석 / 김이택

등록 2016-12-07 17:53수정 2016-12-07 20:52

10년 전인 2006년 9월11일치 <한겨레> 11면에 파격적인 글이 실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금태섭 검사는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연재물의 1회 ‘피의자가 됐을 때’에서 첫번째 행동지침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유리한 점을 주장하는 순간 파멸로 이끄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않는다고 불이익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직 검사가 피의자 편에서 검찰에 가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 검찰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10회 예정이었으나 결국 1회로 중단하고 이듬해 검찰을 떠야 했다.

헌법 제12조 2항에 보장된 묵비권은 법률적 약자에게 위기의 순간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 위에 군림해 불법·탈법을 일삼던 권력자들이 법의 맹점을 악용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은 대중의 공분을 자아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0월 국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때는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유서를 내고 안 나오더니 7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는 아예 소환장을 피해 집을 비우고 도망 다녔다. 소환장을 송달받지 않으면 출석 의무도 사라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역시 청문회에 나오긴 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데 대해 “국민께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도 최순실씨나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주사제 복용에 이르기까지 문제 될 내용은 모조리 “몰랐다”고 발뺌했다. 김영한 비망록에 적혀 있는 내용까지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된 것” “업무일지에 쓰여 있다고 모두 비서실장이 한 말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누리꾼(네티즌)들은 일찍이 이들에게 ‘법률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말대로 ‘깃털보다 가벼운 법률지식’으로 온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한 죄가 크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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