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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솝 우화: 피 빠는 것들

등록 2016-12-04 15:00수정 2016-12-04 19:06

<두산백과>는 진드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이나 가축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 진드기류 중에는 몸길이가 약 2~10㎜인 것도 있다. 머리·가슴·배가 한몸이다. 더듬이·겹눈·날개가 없고 걷는 다리는 4쌍이다. 일단 사람이나 짐승의 피부에 기생하면 며칠이고 계속해서 피를 빨아먹는데, 주로 방목지의 소나 말에 많이 붙어산다.” 이솝 우화에는 진드기와 여우에 대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가 있다.

여우 한 마리가 강물을 건너던 중 깊은 골로 떠내려갔다.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다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몸에 달라붙은 진드기 떼에 시달렸다. 마침 그쪽을 지나가던 고슴도치가 딱하게 여겨 진드기를 떼내 주려고 물었다. 골이 너무 깊어 여우를 구해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여우는 “제발 그러지 말아요” 하고 대답했다. “왜요?”라고 묻자 여우는 답했다. “이 진드기 떼는 이제 내 피를 빨지 않지요. 그러나 이들을 떼버리면 다른 굶주린 진드기 떼들이 달려들어 내게 남은 피를 다 빨아먹을 테니까요.”(<이솝 우화집>(민음사) 중 ‘피 빠는 것들’)

이솝 우화 책마다 진드기가 거머리로, 빠져나오기 힘든 깊은 골이 우물로 번역되는 등의 다소 차이가 있으나 ‘탈출할 수 없는 폐쇄된 공간’, ‘생물체에 기생해 피를 빨아먹는 존재의 등장’은 궤를 같이한다. 여우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진드기, 거머리보다 더 많이 굶주린 ‘피 빠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고 마냥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과연 여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어려워 보이면서도 간단하다. ‘피 빠는 것들’이 기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 지금의 여우는 아니더라도 다음, 혹은 다음의 여우는 구할 수 있다. 우화 속이든 실제 세계에서든 ‘보이지 않는’ 진드기나 거머리는 존재하기에 하는 말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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