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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탄핵의 조건 / 박찬수

등록 2016-11-14 16:07수정 2016-11-14 19:04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우리 헌법의 이 탄핵 조항은 미국 대통령제에서 따온 것이다. 1787년 필라델피아서 열린 제헌의회에선 의회에 탄핵권을 줄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반대한 쪽은 탄핵 제도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파는 행정부 권한이 갈수록 커져 먼 훗날엔 의회의 견제를 초월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했다. 그래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기도 전에 탄핵 조항을 먼저 헌법에 삽입했다.

또 다른 논란은 탄핵의 조건이었다. 처음엔 ‘반역죄’와 ‘부패 행위’에 한정하자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탄핵 범위가 너무 협소해진다는 반론에 부닥쳤다. 탄핵의 개념을 명확히 한 건 건국 초기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 그는 탄핵권이 공직자 비행뿐 아니라 ‘공적 신뢰의 훼손과 권력남용’에까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탄핵 사유에 ‘반역, 부패뿐 아니라 다른 중범죄와 공직자의 비행’이 포함됐다.

미국 상원에서 대통령 탄핵을 표결한 사례는 두 차례다. 1868년 남북전쟁 직후 남부에 유화정책을 폈던 앤드루 존슨과 1998년 ‘지퍼 게이트’에 연루된 빌 클린턴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탄핵안은 정치적 이유로 제기됐기에 모두 상원에서 부결됐다. 실질적으로 탄핵에 가장 가까이 갔던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이다. 1974년 미 하원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닉슨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했다. 이제 상원만 통과하면 끝이었다. 여당인 공화당 중진들은 닉슨을 찾아가 탄핵안에 찬성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결국 닉슨은 상원 표결 직전에 사임을 선택했다. 탄핵보다는 하야가 그래도 명예롭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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