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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박근혜의 ‘창조한국어’ / 박민희

등록 2016-11-09 18:25수정 2016-11-09 20:03

박민희
문화스포츠 에디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란 무엇인가? 밉보인 기업은 ‘좌파’로 낙인찍어 청와대 수석을 보내 협박해 경영자를 몰아낸다. 혼내주고 나니, 역시 그 기업은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같은 대통령과 보수층의 눈치를 잔뜩 본 영화를 척척 만들어낸다. 최순실과 가까운 차은택은 ‘문화계 황태자’가 되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문화융성위원회 등을 좌지우지하고 자기 사람들을 요직에 앉혀 수천억 예산을 제 것처럼 쓴다. 감히 대통령을 비판·풍자할 기운이 느껴지는 자들은? 물론 블랙리스트에 올려 재갈을 물린다.

박근혜에게 외교란 무엇인가? 최순실이 챙겨주는 색색 옷, 한복 갈아입고 외국어 몇마디 하며 해외순방 다니면 보수언론들에선 ‘외교 대통령’이라고 대서특필해준다. 일본 특사단을 만나 “독도 얘기가 나오면 언급하지 말고 미소로만 답하”는 등 최순실이 써준 대로 행동하고 연설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자해적 외교를 한다. 북한 ‘김씨 왕조’를 열심히 비판해왔으나, ‘박씨 왕조’의 “샤머니즘적 측근에게 조정당해온 꼭두각시” 행태는 국제적으로 훨씬 기묘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박근혜에게 경제란 무엇인가? 귀족노조 때문에 경제가 죽는다며, 파견노동자 늘리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개혁’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대통령이 직접 재벌 총수들을 만나 미르·케이(K)스포츠 등 수상한 재단에 수백억원을 내게 만든다. 헬조선의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자랑스런 우리나라를 음해하는 이들이 있다”고 호통치고, 실업난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는 해법을 제시하신다.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이 들고나온 문화융성, 창조경제, 통일대박론 등 이상한 용어들을 이해해보려 애썼던 국민들은 그의 ‘창조한국어’가 애초부터 소통 불가능의 언어였음을 충격적으로 깨닫고 있다.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경제가 위기이고 안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국정공백 상황으로 갈 수 없어 물러날 수 없다”는 그분의 최근 언어 역시 이해 불가능의 창조한국어다. 경제를 망치고, 외교를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고, 이해할 수 없는 안보정책을 펼쳐온 분은 그 대통령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과 영상을 다시 본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해경 해체 깜짝쇼도 하고, 억지스러운 눈물도 흘렸다. 그리고 무엇이 바뀌었나. 대통령이 그 뒤 한번이라도 세월호 아이들과 유가족들을 챙긴 적이 있었나? 눈물 쇼로 선거 승리를 챙긴 뒤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과 경멸, 괴롭힘이 끝없이 계속됐다.

이제 대한민국이 거대한 세월호가 되었다. 국민들은 “당신은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시간끌기와 버티기로 권력을 꼭 쥐고 있다. 어려울 때 도와줘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며 울먹이고 ‘청와대에서 굿 안 했다’며 지지층 재결집을 시도한다. 이번에도 다시 속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참혹한 나라를 보게 될까.

전국 곳곳의 시국선언에서 시민들은 묻고 있다. 우리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김기춘, 우병우, 차은택, 새누리당 의원들, 재벌 총수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왔으면서도 잘못된 정책과 권력농단에 침묵하고 앞잡이가 됐던 고위관리들, 검찰, 수구언론들, 당신들이 죽인 것은 한국의 미래 아닌가.

그들의 특권과 범죄, 유착구조를 이번에는 반드시 깨고 우리 사회에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자고 시민들이 모이고 또 모인다. 이 민심의 요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느라 바쁜 정치인들은 ‘역사의 죄인’이란 민심의 심판을 받고 도태될 것이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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