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기자 요즘 새누리당은 번트를 하고도 ‘빠던’을 한다. 빠던은 야구 배트를 이르는 속어인 ‘빠따’와 ‘던지기’를 합친 말이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힘껏 방망이를 휘두른 뒤 마무리 동작으로 배트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타자에 따라 그 던지는 동작이 제각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폭넓게 용인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빠던(bat flip)을 했다가는 상대 투수의 빈볼(위협공)이나 벤치클리어링을 부를 수 있다. 상대팀을 자극하기 때문에 경기 중 하면 안 되는 불문율 중 하나다. 요즘 새누리당은 공은 보지 않고 빠던만을 벼른다. 배트를 냅다 집어던지는 폼도 별로지만, ‘틱’ 공 맞는 소리만 들어도 장타나 홈런성 타구가 아닌데 일단 방망이부터 집어던지고 본다. 쓸데없이 폼이 크고 배트를 집어던지는 방향도 상대팀 더그아웃을 넘어 관중석까지 향하기 일쑤다. 가히 벤치클리어링을 부르는 빠던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래도 되나 싶다. 과거 새누리당이 선보였던 빠던은 이렇지 않았다. 야권이 모든 힘을 끌어모아 던진 돌직구를 맞받아치는 보수진영의 튼튼한 하체, 진보 쪽 구질까지 섭렵해 변화구를 통타하는 선구안, 여기에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 정치적 타이밍을 뽐내며 나오는 환호의 동작이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정치공학적 홈런으로 야당의 넋을 빼놓고는 어슬렁 점수를 챙기러 가는 ‘염장’의 동작이었다. ‘경제민주화 빠던’을 선보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총선(페넌트 레이스)과 대선(한국시리즈) 모두를 가져갈 수 있었다. 친박근혜가 최근 선보인 빠던은 홈팀 관중들도 ‘이건 아닌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망이었다. 집권 여당 초유의 국정감사 거부, 목숨을 걸었다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 본인들은 치는 순간 장외홈런으로 생각한 듯하지만, 정작 관중들은 ‘빠따’ 부러지는 소리만 듣고도 병살만 면하면 다행이라고 직감했다. 거듭된 졸전에 홈팀 관중들마저 자리를 뜨는데, 마침 야권 선발투수가 북쪽 위로 쏠린 실투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공이다. 일단 치면 펜스까지는 간다. 3년 전 ‘사초실종’ 빠던 동작을 살려 ‘대북결재’ 빠던을 선보이자 관중들이 웅성이며 다시 모여든다. 타구가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이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최순실 앞에선 벌벌 떠는 언론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선발투수를 흔든다. 다음 타순은 빠던 전문 반기문 용병이다. 이 게임, 해볼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27일 한국시리즈 3차전 깜짝 시구자로 나섰다. 태극기를 박아넣은 파란색 글러브를 낀 박 대통령이 서울 잠실야구장에 등장해 원바운드 시구를 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당시 한국갤럽이 조사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3%였다. 3년이 지나 반 토막 났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현 상황을 “야구로 치면 7회”라고 했다. 2회쯤에 대통령 시구가 있었으니 남은 임기를 따지면 7회쯤 되겠다. 그러면서 “야구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1년 반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박근혜 정부 5년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했다. 야구는 경기 내내 안타 하나 못 치더라도 9회말 투아웃, 상대팀 실수로 얻은 단 1점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 국가운영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만 승리하고 국민은 패배하는 괴이한 빠던은 전 국민 벤치클리어링을 부를 수 있다. 맥락 잃은 빠던은 배트를 각목으로 바꾼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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