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있는 문제는 사람이 컴퓨터와 경쟁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와이어드>를 창간한 케빈 켈리가 “기계는 답을 위해, 인간은 질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것처럼 답변은 기계의 몫이 됐다. 기계가 뛰어난 지적 기능을 수행한다면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한국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불필요할 지식과 사라질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2002년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보유 가능성에 대해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정보를 세 가지로 구분하며 공습을 주장했다. 대량파괴무기에 관해서 ‘알고 있는 지식’, ‘알려진 무지’와 함께 우리가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알지 못하는 무지’가 있다는 논리였다.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펼친 궤변이었지만, 인지능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메타 인지의 사례다.
컴퓨터가 따라잡지 못할 사람의 능력으로 성찰적 인지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 수 있는 존재다. 컴퓨터는 정확한 기억과 빠른 연산으로 답을 내놓지만, 자신에 대한 성찰적 기능이 없다.
하버드대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사람 지능을 언어능력과 수리능력 위주로 평가해온 지능검사를 비판하며 다중지능을 주창했다. 그가 중요한 인간 지적 능력의 하나로 본 것은 자신의 사고와 마음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자기성찰 능력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의 무지를 알라”는 가르침도 무지의 자각에 대한 강조다. 내가 무얼 모르는지 자각할 때, 비로소 알려는 욕망과 질문이 생겨난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의 목표로 소프트웨어나 스템(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대한 지식 습득보다 무지의 자각과 성찰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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