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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문재인 재수 성공의 조건

등록 2016-09-07 16:56수정 2016-09-08 10:21

성한용 기자
성한용 기자
문재인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 선거 재수생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수생이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아직 대선후보로 확정되지 않았으니 재수 준비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처한 정치적 환경이 무척 닮았다.

첫째, 예선은 큰 문제가 없지만 본선은 불확실하다. 1992년과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대선 후보는 사실상 디제이(김대중 전 대통령)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8·27 전당대회를 거치며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대선후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세론을 인정하고 눈을 내리깔고 있다. 그래도 대선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둘째, 재계·언론계·권력기관 등 기득권 세력의 방해다. 1990년대 기득권 세력은 디제이가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정치보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디제이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기득권 세력도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수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특정 지역의 반대다. 1970년대 이후 영남은 디제이를 맹목적으로 거부했다. 디제이의 문제도 있었지만 주로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지역감정과 색깔론 때문이었다. 지금 호남에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원인은 경쟁력과 확장성의 한계, 정서적 괴리 등 매우 복잡하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지역 기득권 세력의 반문재인 선동도 작용하고 있다.

상황에 대한 인식은 문재인 전 대표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일까? ‘후보 조기 가시화’(시기)와 ‘3자구도 정면 돌파’(구도)라는 설명이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9월에 확정됐다. 이번에는 2017년 6월 이전에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쪽 다수 의견이다. 대세론 확산으로 본선 가능성을 높이면 기득권 세력의 방해를 제압하고 호남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산·울산·경남과 수도권에서의 지지를 키우면 호남에서 ‘절반의 지지’만 확보해도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 구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4·13 총선 승리의 방정식이다.

그럴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정직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과 달라진 모습을 자꾸 보여주려는 것 같다. 권력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국민에게 각인된 정치인의 이미지는 곧 그의 정체성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착하고 강직한 법조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시대에 청렴한 민정수석 출신 대통령이 필요하면 결국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둘째, 호남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호남은 민주개혁세력의 본가다. 호남 민심은 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어느 언론인은 “사랑을 어떻게 반만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호남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수도권의 마음을 얻는 데도 한계가 있다.

셋째, 연합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은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확장 가능성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부족한 부분, 이를테면 정치적 역량과 국정운영의 경륜은 그걸 가진 사람이나 세력과 연합해서 보충해야 한다.

몇 가지 조건은 사실 디제이의 교훈이다. 1992년 디제이는 ‘뉴 디제이 플랜’을 내세웠다. 오랫동안 굳어진 강경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선거 전술이었다. “정치보복이 없는 대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하면 민자당과 국민당 인사들을 포함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믿지 않았다.

1997년 디제이는 자신의 변화를 앞세우지 않았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는 “그래 나 대선에 계속 나왔던 그 김대중이오”라는 의미였다. 대신 동교동계를 뒤로 물렸다. 이종찬, 김중권 등 구여권 출신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디제이티(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을 성사시켜 불리한 구도를 뛰어넘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다. 2012년에는 그 잔상이 너무 강했다. 이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후보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가능할까?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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