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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청와대의 신종 변론술 / 김지석

등록 2016-09-04 16:43수정 2016-09-04 18:59

고대 로마에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말의 기술이 발달했다. 수사학과 변론술이 대표적이다. 서구 문명은 이 시기의 고전 수사학과 변론술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고전 수사학 가운데 네 가지 스타투스(status, 중요한 요점)에 관한 이론이 있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을 변호할 때 활용하는 논리로, 지금도 유효성을 갖는다.

첫째, 피고가 문제가 되는 범법 행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행위자 문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처벌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의심스런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변호하는 것이다(행위의 명확성). 의도성 등이 여기서 쟁점이 된다. 셋째, 문제의 행위를 했지만 충분히 고려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반박하는 것이다(행위의 질). 정당방위나 공익성 등이 논거가 된다. 넷째, 범법 행위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게 해당 법정은 권한이 없다고 배척하는 것이다(권한 문제). 스타투스 이론에 따르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 성립해도 재판에서 이기게 된다.

두 달 가까이 권력형 비리 추문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직권남용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당사자와 청와대는 네 스타투스 가운데 어느 것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물론 범법 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대신 우 수석과 청와대 쪽은 새로운 변론술을 보여준다. 물타기와 외곽 때리기를 통한 논점 전환과 본질 흐리기가 그것이다. 우 수석 사건을 조사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청와대 쪽의 ‘국기 문란’ 공세 이후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우 수석의 혐의를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는 고위 관계자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스타투스 이론의 다섯째 항목으로 ‘권력을 앞세운 뭉개기’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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