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호
국제 에디터
1)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송 전 주필의 칼럼을 자주 봤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라 느꼈다. 그는 친미, 우파, 시장경제론자다. 하지만 글은 나름의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했고, 때론 전문적 인사이트를 줄 때도 있었다. 주로 보수를 향해 ‘애정 어린 비판’을 했고, 비판도 악쓰듯 하지 않고 대체로 점잖았다.
“보수주의는 인간의 완결성을 믿지 않는 땅 위에 건설된 철학이다. 인간이란 허약하고, 변덕스럽고, 불안정하고, (…) 우리 보수는 차갑기 그지없다. (…) 별것 아닌 풍자 예술이나 보도가 심각한 검찰 수사로 번진다. 용서가 없고 너그러움은 박하다. (…) 보수가 진보좌파와 다른 것은 아량과 포용, 관용이다. (…) 반공·친미만 보수가 아니다. (…) 보수가 진짜 제 얼굴을 찾지 못하면 갈수록 무너질 수밖에 없다.”(‘진짜 보수, 가짜 보수’, 2016년 4월23일치)
그의 칼럼 한 대목이다. 청와대와 김진태 의원의 폭로가 불순하고 비열하다 하더라도, 후배들 볼 낯이 없을 것이다. 나홀로 초청, 1등석, 전용기, 요트, 관광 일색. 기자들도 놀랐다는 사람이 많은데, 일반인들은 어떨까? 처음에는 “그리스 금융위기 취재차 갔다” 했는데, 궁색하다. 산토리니 섬에서 무슨 금융위기 취재를 하며, 기사는 어디 있나?
‘송희영’은 앞으로 지난 30여년간 쓴 기사나 칼럼보다 ‘산토리니’로 기억될 것이다.
2) 우병우 민정수석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임기 후반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게 이 국면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조선일보(송희영)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 민원을 한 사실이 대우조선해양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자, 송 전 주필이 이를 막으려 애썼고, 우 수석 의혹 기사는 이 과정에서 의도를 갖고 썼다는 것이다. 졸지에 우 수석은 강직한 공직자의 표상이 됐다.
그런데 신문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신문 지면은 편집국장이 쥐고, 주필은 사설을 관리하는 정도로 분리돼 있다. 주필이 부장이나 기자에게 공식적인 취재 지시를 하거나 지면 배치를 못 한다. 그리고 송 전 주필의 인사민원은 지난해 4월이었고,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한 달 뒤 연임이 안 돼 물러났다. 그리고 1년 3개월이 지나 조선일보가 기사를 쓴다? 조선일보의 집요함을 알지만, 무리한 끼워맞추기다. 우 수석은 검찰에서 수사를 이런 식으로 했던가?
또 우 수석의 의혹이 국가운영과 무슨 관련이 있나? ‘우병우’로 ‘송희영’을 덮을 수 없듯, ‘송희영’으로 ‘우병우’를 덮을 수도 없다. ‘현직’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이 무죄라 한들 누가 믿을까? 다음 정권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입각해 줄까?
‘우병우’는 ‘노무현 수사검사’에서 앞으론 ‘처갓집, 강남 빌딩, 마세라티, 의경 아들’로 기억될 것이다.
3) 김진태 의원
답답할 것이다. 왜 폭로의 ‘내용’보다 ‘출처’를 따지느냐, 왜 다른 여당 의원들은 돕지 않느냐. 김 의원은 출처에 대해 “청와대, 검경, 국정원은 아니다” 했다. ‘여기 보물 없음’이라 외치는 만득이 시리즈 생각난다. 남는 건 대우조선해양과 감사원뿐이다. ‘공익제보’라는데, 어떤 부류의 사람이 ‘공익’을 위해 ‘제보’를 할 때, ‘김진태’에게 갈까?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민정수석실 수사 비협조를 잘 알던 기자에게 하소연한 걸 ‘국기문란’이라 했다. 김 의원 폭로의 출처가 국가기관이라면 어디에 해당하나? 그래서 출처를 따진다. 그리고 피의자도 아닌 기자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이제 이 정권에서 취재란 걸 할 수 있을까?
김 의원은 역사에 ‘의인’으로 기록될까, ‘총알받이’로 기록될까? 영화 <초록물고기>의 ‘막동’(한석규)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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