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실장 롤러코스터 타길 즐긴다. 낙차 큰 커브 공이 주특기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기만술의 대가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있어, 표정과 말에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운동선수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군 최고 통수권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성루에 섰을 때만 해도 미국·일본으로부터 ‘블루팀에 있을 사람이 레드팀에 서 있다’는 야유를 받는 신세였는데,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한 뒤로는 미·일의 격찬을 받는 블루팀의 총아가 됐다.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처음 꺼낸 이래 줄곧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불 정책을 강조하더니 올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마자 ‘사드 배치 검토’로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지나도 변할 수 없다’는 초강경 대일 자세로 일본을 압박하더니 결국엔 일본 쪽은 환영하고 한국 쪽은 반대하는 ‘졸속 위안부 합의’로 물러섰다. 2013년 2월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을 때는 강공을 펼쳐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에 힘쓰더니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자 곧바로 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장기전략 없이 상황에 따라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니 나라 안팎에서 신뢰가 생길 리 없다. ‘저항에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했는데, 실상은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외교·안보의 기본 축이 흔들리는 바람에 나라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가 애용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단어의 뜻을 ‘믿음이 없기 때문에 설 수가 없다’는 창조적 해석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정부의 우왕좌왕 외교·안보 정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드 배치 결정임은 말할 나위 없다.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일관성 및 설명 부족과 신뢰 상실, 나라 안팎의 불만과 저항으로 안보에 도움을 주겠다고 취한 행위가 되레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드 배치 결정 날, 양복 수선을 하러 간 일을 추궁받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황교안 총리 등 참석자들을 상대로 도표를 보며 사드 배치 결정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있다.
성주에 사드 배치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러 간 황교안 총리가 분노한 성주 군민에 밀려 버스 안으로 대피해 있는 모습.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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