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지난주 금요일(7월15일) 밤은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 될 것이다. 이날 강원도 속초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이른 시각부터 미어터졌다. ‘포켓몬 고’ 게임 속 괴물 캐릭터를 잡으려는 20~30대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6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나라에서 게임이 출시된 뒤 한국에선 속초와 그 일대에서만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디지털 세상은 주초부터 들썩였다. 주말 속초행은 이들에겐 일종의 성지순례였다. 젊은이들이 “가자 동쪽으로”를 외치던 시각, 서울에 사는 50대 중후반의 남성 두 명은 조용히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우리 집이다. 그들은 거실에 당구대가 있다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려는 듯했다. ‘거실+당구대’란 언어의 조합이 중년 남성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쥐 죽은 듯 잠자던 판타지의 멱살을 사정없이 잡아 흔든 게 틀림없다. 두 중년 남성의 눈빛에선 성지순례를 하는 이들의 경건함과 호기심이 동시에 발산됐다. 그날 디지털 세대가 속초에서 스마트폰 속 바이트 덩어리 포획에 ‘꿀잼’을 느낄 때, 40∼50대 아날로그 중년들은 거실 당구대 위의 둥근 분자 덩어리에 큐로 물리적 타격을 가하며 ‘풍류’를 즐긴 셈이다. 이로써 7월15일 밤 기념비는 속초와 조치원, 두 곳에 동시에 세워졌다.
15일 밤 손님들과 치른 경기는 밤이 깊어갈수록 달아올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다.
연재덕기자 덕질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