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집 거실에 당구대를 들인 뒤 당구는 일상이 됐다. 오가다 치고 밥 먹다 치고 잠이 안 올 때도 친다. 자정에 아파트 1층 거실에서 딱딱거려도 민원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집안의 사소한 문제를 결정할 때도 예전엔 아내나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했지만 이젠 당구 경기로 승부를 가른다. 나는 4구 기준 250점을 치는 반면, 아직 30∼50점 수준인 중2·초6 두 아들과 아내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과제다. 그런데 다들 연습을 게을리해 걱정이다.
사실 당구만한 생활 스포츠도 없다.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좁은 면적으로 경기가 가능하다. 당구대 크기는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국내식 중대 기준으로 151㎝×273㎝에 그친다. 큐 길이가 150㎝에 못 미치고 모서리에 있는 공을 치기 위해선 큐 끝이 당구대 끝에 걸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략 5m×7m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경기를 치르는 데 지장이 없다.
대한체육회 가맹 스포츠 종목 가운데 온나라에 가장 많은 경기대가 설치된 종목이라는 점이 이상하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전국 등록·신고체육시설업 현황’을 보자. 5만6629개 체육시설 가운데 당구장이 40% 가까운 2만2456곳에 달한다. 당구대 수는 18만1296대나 된다. 업장 수가 1만4076곳인 태권도·권투 등 체육도장을 압도한다. 반면 전국의 당구장 면적은 455만㎡로 전체 체육시설의 0.89%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업장 수는 9928곳에 불과하면서도 면적은 4억5553만㎡로 88.6%를 잡아먹는 골프연습장과 대비된다.
물론 거실에 당구대를 놓으려면 돈이 조금 든다. 당구대 자체는 400만원대에 달하는 새 당구대 대신 인터넷을 뒤져 80만원짜리 중고를 구입했다. 그 돈에 기술자 두 명이 와서 다 조립해준다. 이후 4구공 사는 데 14만원, 3구공 사는 데 11만원이 들었다. 게다가 당구공을 닦으려니 40대 중년 남성의 손목은 왜 이리 아픈지…. 결국 10여만원 주고 공 닦는 기계를 샀다. 분위기 낸다고 큐와 큐가방을 식구 수대로 사는 데도 몇십만원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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